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1호] 냉전해체 이후 미제국주의의 성격

제국주의와 신보수주의의 본질을 올바르게 인식하자 (3)

냉전해체 이후 제국주의에 대당하는 세력이 사라지면서 미국의 패권적 행동은 정당성을 상실하고 과거와는 약화된 모습을 띄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존재하였다. 더욱이 막대한 군사비지출 또한 그 정당성을 상실하고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과는 다르게 90년대 이후 미제국주의의 일방주의적 성격과 패권성은 더욱 강화되어 갔다.(단적인 예로, 1996년 2,650억달러로 이미 천문학적이었던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2006년 4782억달러로 10년만에 80%가 증가하였다.)


1) 그렇다면 왜 미제국주의의 일방주의와 패권성이 더욱 강화되었는가?

이러한 상황은 세가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① 미국패권의 약화 : 미국이 막강한 힘에 기반해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 발전시켜나가고 있으며,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던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로 국제적 반대세력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미국 중심의 지배질서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도 하지만(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미국의 막강한 힘의 이면에는 미국 패권의 약화가 존재하고 있다.

그 예로 달러지배체제의 약화를 들 수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의 절대적 경쟁우위의 상실, 국제수지 적자의 누적 및 미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심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때문에 1971년 8월 닉슨의 금태환 중지 선언과 함께 붕괴되었다. 이것은 미국 달러의 권위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는 것이었다.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의 해체 이후 달러의 가치는 사실상 미국 재무부의 뜻대로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으로 미국은 달러 중심의 지배체제를 유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달러중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으며, 기축통화의 지위가 계속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독일, 일본의 성장,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등장 등으로 미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지배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독점자본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독점자본과의 경쟁에 취약해지고 있다.(예를 들어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GM이 몰락하고 도요타가 세계 1위를 차지하였다. 중국은 미국 소비재의 최대 수출국이면서 최대 채권국이다.)

② 미국중심의 세계경제의 연관성 심화 :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의미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상태이다. 과거에는 세계 최고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의 공장이었다면, 지금은 세계 최고의 소비규모를 자랑하는 경제구조로 변화하였다. 이것은 막대한 무역적자, 재정적자에 의지하는 것이고, 세계 각국의 생산물을 미국이 소비해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중심으로 세계경제의 연관성이 심화된 구조에서,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미국경제가 심각한 공황에 빠지게 되면 전세계적인 경제공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슬로 얽혀있는 경제”라고 표현할 수 있다.

③ 소련을 대체할 적의 필요성 :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는 미국이 40여년간 지속해온 냉전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하였다. 제국주의 세력을 미국의 힘 아래 결속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계전략이 필요하였다.

현재 미국은 세계경제에서의 지위하락을 저지해야만 하며,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자체를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가령 금본위가 아닌 달러본위의 세계경제체제, 경제의 상호연관성이 심각해진 경제구조 하에서 미국 패권의 몰락은 세계 자본주의의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수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패권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의 성장, 적자의 심화 등으로 취약해진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의 패권과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과거보다 군사력을 앞세우고, 폭력과 강압을 강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한편 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미국제국주의가 새롭게 내세우는 적은 가령 테러와의 전쟁이니, 악의 축이니 하며 터무니없는 상대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또한 미국이 설득과 타협보다는 폭력과 강압을 앞세우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2) 신보수주의자는 미제국주의의 일방주의와 패권성을 강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① 신보수주의의 연원

신보수주의의 등장을 살펴보면, 1960년대 이후 신보수주의라 칭할 수 있는 흐름이 등장하였다. 신보수주의는 미국 동북부를 중심으로 한 지식인 운동에서 시작한 것으로 대외정책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여 왔지만, 실상 미국 국내적 상황에 대한 반응 속에서 형성되어 온 것이다. 즉 60년대 신좌파의 등장과 민주당의 진보주의의 확산을 목도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 속에서 형성되었다. 1세대 신보수주의자 어빙 크리스톨 같은 경우에는 “현실에 의해 일그러진 자유주의자”라고 하면서 자유주의 정치에 실망하면서 보수주의자가 된 사람들이 신보수주의자라고 하였다.

초기 신보수주의자들은 소부르주아적 성격을 많이 지니고 있는 집단으로, 60년대 미국사회 내에서 사회적 갈등과 변화가 심해지자, 이에 대해 자신의 존재조건을 유지하려고 하는 보수적 성격이 사상운동으로 전면화 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소부르주아가 가지고 있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 자신이 믿었던 기존 가치관의 붕괴, 미국의 민주주의적 전통에 대한 향수를 중심으로 현실에 대응하면서 자기 사상을 발전시켜나갔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70년대 말 헨리 잭슨 상원의원 캠프에 집결하면서부터이며, 레이건 정부 초기 대외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가령 진 커크패트릭은 유엔대사를 맡아 유엔외교와 제 3세계 정책에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911 테러 이후 부시행정부에서 이들의 사고가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이것이 부시독트린으로 표현되었다.(테러리스트를 보호하는 국가도 테러리스트들과 동일하게 볼 것이며, 테러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내용임)

신보수주의자들은 국내정책, 특히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일관된 입장이 부재하며, 국내정책에 대한 전망이 부재하기 때문에 신보수주의 세력을 완결적인 강령을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으로 보기는 힘들다.

② 신보수주의자들이 부시행정부에서 주도권을 갖게 된 이유

신보수주의가 21세기 부시행정부에 들어서 그 영향력을 만개하게 된 것은, 이들이 현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의 “신세계질서” 즉 미국 일극 하에서의 제국주의 질서에 대한 청사진을 선도적으로 만들어갔으며, 석유 등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 확대, 달러체제의 유지, 중국이라는 잠재적 경쟁국에 대한 대응 등 미국 지배계급의 이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미국 제국주의 세력 내에서도 팽창주의적 경향을 사상적으로 잘 표현하였고, 비확산, 대량살상무기, 악의 축, 폭정(tyranny), 정권교체(regime change) 등 이슈를 선점해갔다. 즉 장기적 비전을 가진 활동이 신보수주의자들이 미국의 지배계급 내에서 헤게모니를 가질 수 있게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해볼 때, 신보수주의자들이 미국 지배계급 내에서 가지는 계급적 지위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정당화하고 실행하는 이데올로기적 선봉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미제국주의 주도의 세계질서는 계속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미제국주의는 말그대로 영원한 제국인가? 미제국주의 주도의 세계질서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이라크에서의 교착상태, 막대한 재정, 무역적자 등의 사례를 통해 이미 일반인의 몸으로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 미국은 자기 내부의 질병에 의해 좌초될 위기에 놓여있다.

그리고 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적 정책은 오히려 미국중심의 제국주의질서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체제유지를 위한 비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침략행위를 지속하기 위해 월 50억달러를 쓰고 있다. 그리고 신보수주의의 일방주의적이고 팽창적 제국주의 정책은 전세계적인 저항을 낳고 있다. 반미감정은 제 3세계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신보수주의 정책이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반미정권이 출현하여 미국의 제국주의에 반대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4) 소 결

현재 미국의 모습은 자본주의가 한계지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이다.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성, 일방주의의 강화라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고, 자본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 미국의 지위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제국주의의 위기는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모습을 띌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전세계 노동자계급에게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주겠지만,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자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국 제국주의 헤게모니의 일방적 강화론은 비관주의를 낳거나, 반대로 오늘 세계의 모순의 핵심을 ‘미국’에서 찾는 비계급적 민족주의로 경도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반미제국주의 투쟁이 가지는 사회변혁적 성격을 희석시키는 것으로 투쟁의 예봉을 무디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경계하면서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을 현재 세계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투쟁과 긴밀하게 결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자의 중요한 과제이다.



→ [BOX] 미국경제의 위협요소

→ 1.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 2.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제국주의

→ 기획기사 [제국주의와 신보수주의의 본질을 올바르게 인식하자]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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