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 경에 사무실로 작은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소포를 뜯어보니, 김성환 위원장이 엮은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이었다. 새로이 책을 내셨구나하고 첫 장을 들춰보니, 김성환 위원장이 펜으로 직접 쓴 말이 눈에 들어왔다.
“내 삶의 기록입니다.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1997년에 삼성계열사로 편입된 이천전기에서 1996년에 징계해고됐다. 어용노조의 민주화와 삼성으로 넘어갈 경우 발생할 대규모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유인물을 점심시간에 동료들에게 나누어준 것이 이유였다. 이렇게 해서 김성환 위원장과 삼성과의 지금까지 10여년에 이르는 질긴 인인이 시작되었다.
김성환 위원장의 삼성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투쟁은 삼성에 편입된 후 정리해고 된 1,000여 명의 이천전기 노동자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시작에 대해 김성환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이들과 함께 삼성을 상대로 정리해고 철회와 고용승계를 위해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나라고 왜 고민이 없었겠는가. 나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솔직히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을, 그것도 삼성 같은 세계일류를 부르짖는 기업에서 그 거대한 힘에 눌려 아무 말도 없이 물러선다는 것을 도저히 내 양심은 허락하지 않았다.”
김성환 위원장은 2000년에는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등 삼상계열사 해고자들과 함께 삼성그룹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했고, 2003년에는 삼성일반노동조합을 설립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맞섰다. 그리고 그만큼 미행, 감시, 도청 등을 가리지 않는 삼성의 탄압은 더욱 악랄해져갔다. 이에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이 1998년부터 노조 설립에 관계한 20여 명의 노동자들을 핸드폰 불법복제로 위치추적해 온 증거를 확보하여 2004년 7월 13일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거꾸로 2005년 2월 22일 김성환 위원장을 구속시킨다. 이윤인즉, 김성환 위원장이 출간한 삼성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유린의 실상을 담은 『삼성재벌 노동자 탄압백서』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죄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김성환 위원장은 일류삼성에 오물을 끼얹은 죄로, 그러나 사실은 삼성의 반노동자 행위를 폭로한 용기와 신념으로 수인의 몸이 되었다.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은 감옥에서도 꺾이지 않고 더욱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김성환 위원장의 삶의 기록이다. 김성환 위원장은 교도소에서도 여섯 차례의 단식투쟁을 통해 삼성규탄과 비정규직 철폐, 재소자의 인권에 대한 힘겨운 싸움을 전개했다. 그의 옥중에서 쓴 시와 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우리는 골리앗 삼성재벌과 맞선 다윗의 거인다운 풍모를 옆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