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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민주노동당] 개방형 경선으로 무엇을 개방하자는 것인가?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놓고 대의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 후보를 대선 투표 6개월전에 선출하게 되어 있으므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새로운 경선방식이 결정되지 않으면, 현 당헌에 따라 당원직선으로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의 선택은 당원직선이냐, 아니면 최고위원회가 발의한 후원당원(선거인단)을 포함한 소위 개방형 경선이냐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선방식과 관련된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개방형 경선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개방형 경선의 주요한 내용은 당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투표권을 주겠다는 것이고, 미국처럼 유권자 등록만 하면 모두가 투표권을 갖는 소위 예비경선제와는 달리 중앙선관위에서 인정하는 당후원금을 내는 사람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당재정에 보탬이 되는 방안일지는 모르겠으나, 당의 정치적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진단이 있은 연후에 처방이 있기 마련이므로 처방을 보면 진단을 추측할 수 있다. 개방형 경선은 당의 무엇을 보완하고, 극복하자는 것인가? 지금 당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본질적 자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각을 동시대 사람들의 염원과 지향으로 만들 수 있는 치열한 정신과 적극적인 행동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런데 한심하게도 민주노동당은 바리케이트 위에 서 있는 꼴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기 더러운 나라의 대결에서 중소기업이 어쩌고 떠들며 세상사람들을 웃기고 있고, 한미 FTA에서 돈을 긁어낼 궁리를 하고 있는 약삭빠른 자본을 두고는 태평양 건너 원정투쟁하느라고 바쁜 정당이다.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그 대책이 국회의원 한명이 나서서 무언가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 대책의 전부인 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내부 시스템이나 제도에 대한 부적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지도부라고 하는 사람들의 사상, 이론의 깊이가 낮아서 세상을 똑바로 보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해서 자민통의 어설픈 강령으로는 세상이 제대로 안 보일 만큼 계급모순이 첨예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방형 경선제는 당이 가지고 있는 모순을 본 것이 아니라 군중의 힘과 지혜에 의존해 사태를 돌파하겠다는 군중노선을 본 것인데, 현재 당의 상태로는 그 군중이 스스로의 자각에 의해 당 선거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이는 공염불로 끝날 것이다.

일부에서는 개방형 경선제가 국회의원 비례대표나 노리는 독과점 정파들의 나누어먹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총선에서 당의 관료적 정체를 타개하고, 총선투쟁에서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원들 직선에서도 후보들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사실상의 대리투표가 횡횡하는데, 선거인단을 늘린다고 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리 만무하다. 지배적인 정파들의 무능과 반민중성이 폭로되어, 그들의 운동적 가능성이 소진되지 않는 이상, 조직력으로 버티는 무리들을 어찌 해볼 잔머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투쟁을 통해 대중적 흐름이 바뀌고 운동의 새로운 고양이 올 때 뿐이다.

예전에는 국회의원을 선량이라고 표현했다. 제대로 뽑아 놓은 사람이라는 뜻도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에 대한 일반인의 정보도 턱없이 부족한 마당에 대선후보도 아닌 총선후보를 당원이 아닌 사람들이 제대로 뽑아 줄 리 만무하다. 결국 직선이되, 직선같지 않은 지금의 선거구도가 선거인단을 동원한다고 개선될 리 없다. 당원직선이든 개방형이든 제대로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원직선제가 무언가 폐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당비를 내고 당원으로서 적극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직접 후보를 선출하는 행위는 바로 알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행동이다. 이를 권장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경선의 결과는 투표권자들의 정치의식에 의존하다. 결국 당원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투쟁과 조직화, 의식화만이 당의 대중적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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