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1호]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주노동자정책을 폐지하라

9명의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2월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몇 주가 지났다. 2월 26일에는 참사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었던 이주노동자 한 명이 끝내 숨졌다. 고인들은 이국땅에서 허가받지 못한 노동을 했다는, 불법체류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쇠창살에 갇혀 불길 가운데서 숨져갔다. 화마가 할퀴고 간 현장의 벽에 선명하게 찍혀있었던 검은 손자국들에 가슴을 움켜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의 참사는 이주노동자를 한국 사회로부터 배제시키고 추방하기 위한, 불법체류 규정-단속-구금-강제추방의 행정절차가 언제든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덫이 될 수 있음을 최악의 사태로써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주노동자정책에 대한 반성은 없이, 도주를 위한 방화라며 희생자에게 화재의 책임을 전가하는 뻔뻔스러운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는 이번 화재로 구금과 추방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듯, 부상자에게 수갑을 채워놓고 치료받게 하고, 퇴원하면 즉시 재구금시키고 있다. 또한 참사 후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이송했던 28명 중 17명을 어떤 보상도 없이 2월 23일에 강제출국시켰다.
이처럼 적반하장격인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고, 반인권적 보호시설 폐쇄 및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등을 요구하는 추모 및 규탄대회가 여수참사공동대책위원회의 주최로 2월 25일 서울역에서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집회 이후에 이어진 가두행진을 부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통제함으로써, 다시 한번 이주노동자들의 가슴을 쥐어뜯었다.

참사 이후 여기저기서 보호소 내의 반인권적인 실태들이 폭로되었다. 욕설과 폭행, 창문조차 없어 햇빛도 못보고 환기도 안되는 열악한 수용시설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처우에 대한 비판과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보호소 내의 인권향상이란, 이주노동자를 향한 진정한 인권유린은 범죄자가 아닌데도 불법체류 딱지를 붙여 가두고 추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만적인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주노동자를 한국 사회로부터 배제시키고, 추방하는 이주노동자정책이다.
한국 내의 많은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즉 한국 정부가 인력송출 양해각서를 맺은 국가의 구직자에게 고용허가서를 발급하고 사용자에게 알선해주는 제도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이다. 그러나 이렇게 들어온 많은 이주노동자가 3년간만 합법적인 취업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매년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한다.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송출비리 등의 문제로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으며 돈을 모으다 보면 3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짧아 빚도 다 못 갚고 귀향해야 하거나 미등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처지에 놓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인간사냥식 단속을 벌여 구금하고 추방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자그마치 6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단속추방했고, 지금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힌 미등록 이주노동자만 20여만 명에 이른다.
3년간만의 취업기간과 1년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작업장 변경의 금지 규정으로 현대판 노예제라고 불리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단결을 가로막고 정당한 요구를 분쇄하는 악법으로써, 이주노동자를 저임금과 임금체불,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몰아넣어 극단적인 이윤추구의 소모품으로 제조하고 있다. 정부는 인력송출이라는 형태로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을 수입해다가 자본에 알선해주고, 자본은 이주노동자를 맘껏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 산업현장의 인력부족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고 있는 고용허가제의 실체이다. 이주노동자의 극악한 상태에 기생하여 연명하는 악덕자본과 고용허가제와 단속, 추방으로 자본을 위해 이주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파괴하는 정부가 여수참사의 공범자이다.
배제와 추방 가운데서 극단적인 이윤추구의 도구로 내던져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대와 단결 없이 우리 또한 전진할 수 없다. 고용허가제 폐지와 단속구금추방 금지,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 쟁취를 내걸고서 이주노동자와 함께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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