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1호] 평범하고 개량적인 정당으로 추락하는 민주노동당

비범에서 평범으로 추락해 가는 민주노동당

6.25전쟁이후 한국사회에서 보수정치세력의 독점현상은 지루하고, 권태로운 것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권태감이 노동자 민중에게는 살인적 환경으로 작용했고, 4.19혁명, 6월항쟁을 거치면서 보수반동들의 독점은 약화되었으나 사상과 정치노선의 자유시장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영삼으로 시작해서 김대중을 거친 노무현정부의 등장은 87년 6월항쟁에 의해 형성되어왔던 87년 세대의 권태감을 완화시키기는커녕 극으로 몰아넣었다. 즉 혁명직전까지 세상을 밀어붙였으나 도무지 변할 기미가 없어 보이는 세상에 대한 권태감이 절망적이 되었던 것이다. 이어 탄핵사태와 맞물려 일어난 일련의 역전현상도, 지루한 일상에 던진 고루한 반동의 도발에 얼씨구나하고 일어난 추억의 항쟁이었다. 그러나 실제 한국정치에서 지루와 권태의 본질은 변함이 없었는데, 노무현 똘마니들도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반동세력이었던 것이고, 이들의 끼리문화에 노동자, 농민 등 기층세력의 자리는 애초에 존재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정치의 권태감에 제일 두들겨 맞은 노동자들이 주도하여 87년 항쟁의 기억이 남아 있던 세대들이 모여 한국사회의 평범과 권태에 반기를 들었으니,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창당이었다. 그러나 그런 민주노동당에서조차 비범함을 찾으려면 족히 강령 1, 2쪽은 보아야 하고, 그리고 당헌과 규약을 들쳐보아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자본주의 사회에 일갈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반자본주의 모습도, 행동으로 사람들을 질리게 하는 그런 용맹도 아니고, 민주주의를 철저히 추구하려는 당내 민주주의가 비범함의 전부인만큼 당은 평범함에 빠르게 전염되었다.

그점에서 국회의원이 당직을 겸하지 못하게 해서 의원단에 대한 당의 통제를 높이려고 만들었던 당직공직 겸임금지를 없앤 중앙위원회의 결정은 평범무쌍한 주류가 저지른 친위 쿠데타였다. 게다가 이들은 간도 크게 당헌을 고쳐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을 대표 임명으로 바꾸려고 하고, 전당대회를 2년에 한번으로 개최하자는 안을 버젓이 내 놓았다. 의원단의 정당, 의회주의 정당을 허용하자는 겸임금지 폐지 결정은 민주노동당을 한나라당이나 열우당과 같은 부르주아 상식에 걸맞는 정당으로 만든, 다시말해 비범에서 평범으로 나아가는 쿠데타였다. 이는 합법정치영역의 순리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순응의 쿠데타였다. 그들은 지루한 한국정치현실에서 반딧불처럼 반짝이던 민주노동당의 비범함을 자신들의 아둔한 현실정치감각의 상식으로 뭉개고 평범한 소수정당으로 당을 전락시켰다. 민주노동당이 아둔한 자들의 품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치는 순간, 권태로 인한 7만당원의 졸음이 문래동 당사를 덮치고 있다.


타협에 맛을 들인 후안무치의 정치로

중앙위원회에서는 소위 정규직이 양보해서 실업자, 비정규직을 돕자는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일부의 수정요구도 간단히 무시되었다. 이번 사태로 지도부의 평범함은 사람들에게 지루함을 줄뿐만 아니라 불량하기조차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단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공격보다는 조직화된 노동자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회연대전략에 미련을 갖는 이유는 지성과 품성의 부족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사회연대전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사회를 더욱 혐오스러운 곳으로 만들고 있는 자본주의 공격에는 뜻이 없고, 자본주의 사회에 타협해서 무언가 얻을 것이 있다고 믿는 자들이며 결국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집단이라는 것이 명백해 졌다. 이로서 민주노동당은 타협과의 맞선을 주선하는 뻔뻔스런 매파(중매쟁이)가 되었고, 그 중매쟁이는 편편한 엉덩이로 진실을 깔아뭉개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이 손으로 가리고 싶은 하늘은 노사관계로드맵이 사실상 보수정당과의 야합에 의해 통과되었다는 것이며, 의회에서 입법전술은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민주노동당이 계급타협의 제도화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타협으로 시작해 타협으로 끝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행로는 결국 노동자, 민중에게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정당으로서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를 줄 뿐이다. 이제 남은 희망은 민주노동당 대의원 대회, 앞으로 연례행사가 될지 비엔날레로 2년마다 볼지 알 수 없는 당대회 뿐이다.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현 최고위원회가 제시하고 중앙위원회가 통과시킨, 당헌 변경안이 통과된다면 민주노동당의 퇴보는 결정적인 국면을 맞을 것이다. 이미 그 퇴보는 시작되었지만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이 당원의 힘으로 뻔뻔함을 거두고, 현실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지길 소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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