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8일 ‘노사관계로드맵’은 국회 앞에서 ‘로드맵’의 통과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자본가들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들에 의해 통과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로드맵’ 통과는 악법의 통과라는 것 말고도 더욱더 노동자들의 분노와 절망을 자아내고 있는데 바로 ‘로드맵’이 민주노총 지도부의 암묵적 동의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동의하에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와 당원들의 위기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로드맵 야합 처리
‘로드맵’이 합의하에 통과되었다면 이는 분명한 야합이며 명백한 노동자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하지만 ‘로드맵’ 야합에 대해 당의 지도부와 당원들이 보이는 태도는 민주노동당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먼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당원들 대다수까지도 당의 실수와 오욕에 대해 고의적인 무관심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로드맵 처리 동의는 12월 8일 ‘로드맵’이 통과된 시점부터 소문으로 떠돌기 시작했고, 인터넷 언론인 ‘민중의 소리’에 의해 처음으로 그 전모가 보도되었다. 그 후 당 지도부에게 이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당 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 2월 달에 열린 1차 중앙위원회에서 ‘진상규명’을 하자는 현장발의안은 부결되었다. 2백 명이 넘는 중앙위원 중 단지 30여 명만이 찬성한 가운데 부결된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당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로드맵이 민주노동당의 합의하에 통과되었다면 이것은 전체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신이며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왔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앞날을 보여주는 커다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당원들은 오로지 시의원과 국회의원 만들기 그리고 대선에만 관심이 있을 뿐, 로드맵 야합에 대해서는 지도부와 마치 합의를 한 듯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전당원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하는 지도부의 행태 어디까지 갈 것인가?
지난 12월 8일 당대회 때, 로드맵 합의와 관련해 지도부를 향해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이해삼 최고위원은 분명히 “단병호 의원이 반대의견을 밝히고 반대 표결을 했으며 인터넷 언론이 오보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속기록을 검색한 결과 단병호 의원은 반대 표결을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마치 자신의 태도를 정당화하려는 듯 속기록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을 남겨 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단병호 의원실은 당 게시판을 통해 “절차만 합의해 주었지 내용을 합의해 준 것은 아니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도 이런 국회 속기록의 기록은 올바르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당대회에서 대의원의 질문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전 당원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것이며 이는 당연히 징계사유이며 탄핵감이다.
민주노동당 의견그룹들의 실체를 보여 준 로드맵 야합
그동안 전진, 자율과 연대, 다함께, 그리고 소위 NL 등의 민주노동당 내의 의견그룹들은 당 게시판을 통해 자기 의견을 밝혀왔다. 특히 주사 대 반주사 논쟁은 창당부터 지금까지 그 내용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이어져 왔고, 작년의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미친 듯이 서로를 물고 뜯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를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런 의견그룹들 모두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유독 ‘로드맵 야합의 진상규명’에 대해서만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신행위에 대해 눈 감는 의견그룹은 의견그룹이라 할 수 없다. 이런 그룹은 당 지도부 장악을 위한 권력장악그룹일 뿐이다.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로드맵 야합과 지도부의 행태
로드맵이 통과된 지 벌써 4개월이 다 되었으며 당 대표는 FTA 반대 단식과 서울집중 투쟁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현재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로드맵의 진상을 밝히려는 시도에 대해 지도부는 더욱더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고, 일반 당원은 로드맵 진상을 밝히려는 시도를 마치 당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까지 보는 경향이 있다.
노산관계로드맵은 노동조합 활동을 뿌리 뽑는 악법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조직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런 노동조합 활동을 뿌리 채 뽑아버리는 악법에 동의를 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민주노동당이 내세우는 것이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며 일하는 사람들의 대표가 바로 노동자계급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노동자계급을 배신했다면 도대체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대선이 어떤 의미를 갖는단 말인가? 그리고 당대표의 단식은 물론 대단한 투쟁임에는 분명하지만 노동자계급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단식이 자본가계급에게 어떤 위협이 될 수 있겠는가?
이는 지도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당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도부의 배신행위의 사실여부에는 관심이 없는 당원 역시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당의 당원이라고 할 자격이 없다. 지도부와 함께 노동자계급을 배신하는 행위에 같이 몸담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단지 몇 년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당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수십 년 존재하며 진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설려면 그만큼 더욱더 로드맵 야합은 그 진상이 공개되어야하고, 이에 관련된 책임자 모두, 설령 그것이 민주노동당 대표이던 아니면 대통령 후보이던 간에 처벌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은 수십 년 지속되는 노동자의 희망이 아니라 수십 년 지속되는 노동자의 쪽팔리는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패배를 더욱더 굴욕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 단병호 의원
→ 왜 단병호 의원은 로드맵 법안 반대‘표결’을 하지 않았나
→ 민주노동당, 노동자 배신 정당으로 전락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