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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집값하락, 거품붕괴와 공황의 시작인가

최근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아직 그리 큰 폭은 아니고, 강남구나 서초구 등 핵심지역은 아직까지도 하락세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집값하락은 이제 대세로 보인다. 하락의 속도나 폭은 확실치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당분간은 집값은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이다.

문제는 이 추세가 향후 장기적인 방향에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이다. 일부에서 기대하듯이, 일정 정도의 조정기간을 거친 후에는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는 정부에서 기대하듯이 상당 기간 하락추세가 지속되어 그간의 거품이 빠진 후에는 안정세를 유지하리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또다른 가능성은 부동산 거품붕괴 내지는 이와 연관된 실물경제의 위기로 인해 공황 내지 장기불황의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일부 자산가 및 정부 모두가 가장 피하고 싶은 길은 세 번째 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거꾸로 수구언론이 정부를 협박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른바 "지나친 부동산 경기위축은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불러일으켜 장기불황을 유발"하니 어쩌니 하는 주장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진정으로 장기불황을 걱정한다기보다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책들을 완화시킴으로써 집값의 재상승 등 자신들의 자산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식의 ‘협박’을 통해 이미 거품이 과도한 집값을 다시 상승시키는 것은 추후 문제를 더욱 확대시킬 뿐이다. 안그래도 비생산적 지대경제의 경향이 농후해진 한국경제를 당장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그대로 유지강화시키는 것은 지대를 감당할 수 없는 시점이 되면 더 심각한 공황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희망대로 딱 적절한 수준에서 거품이 제거되고 안정된 시스템이 유지되리란 것도 낙관적인 기대일 따름이다. 부동산 거품이란 단순히 일부 투기꾼들 때문이 아니라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의 과잉유동성이 비생산적인 지대부분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기억제나 세금강화 차원이 아니라 자금이 생산적인 실물경제 쪽으로 투입되도록 해야 하며 게다가 인민들의 구매력이 상승되어 생산부문에 투입된 자금이 이윤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설사 인위적인 방법을 써서 자금을 실물경제 부문에 투입했다 하더라도 소비가 충분하지 않아 이윤이 실현되지 않으면 이번에는 실물부문에서 과소소비/과잉생산 공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수출 등 해외시장을 통한 소비란 것도 일부 대기업이나 몇몇 중견기업에 국한될 뿐, 국민경제 내의 자금유동성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수구적인 기득권세력이든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든 어느 쪽도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수구언론이나 기득권자들의 주장은 나중에 나라경제야 거덜나든 말든 그냥 이대로 가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으며, 정부 등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일단 집값만 잡고나면 나중에는 알아서 잘 되겠지라는 주장일 뿐이다. 하지만 시기를 좀 더 늦출지는 몰라도 더 큰 거품붕괴와 공황을 불러일으킬 수구세력의 주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부의 주장 또한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망상일 뿐이다. 자금의 흐름을 제어할 계획적이고 사회화된 투자와 실질적인 구매력 상승 프로그램 즉 소비의 사회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이 또한 결국에는 실물부문에서 촉발된 공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신자유주의는 투자와 소비의 사회화에 가장 적대적이지 않은가? 결국 현재의 경제체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그 시기가 약간 빠르건 늦건 부동산 또는 실물부문의 붕괴와 공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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