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국민연금 관련법 논란
현행 국민연금은 1988년에 도입되어 도입당시에는 보험요율이 3%, 급여율이 70%로 출발했다. 현재는 보험요율이 9%에 급여율이 60%로 조정되었다. 전문가들 평으로만 보면 가입자에게 나름대로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는 국민연금에 대해 일반 민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제껏 재정고갈을 이유로 날이 갈수록 가입자에게 불리해지기만 한 국민연금법 개악도 그렇지만 도무지 선정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는 이 나라 백성들이 갖고 있는 정부정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개혁의 명분으로 2006년부터 국회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내용인즉슨, 재정안정을 위해서 보험료는 올리고 급여율은 낮추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입대상자 2,500만명 중, 이런저런 사정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아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몰린 인구가 1,000만을 헤아리고 있다. 이 사각지대 해소를 명분으로 등장한 것이 기초(노령)연금이다.
용돈연금으로 생색을 내고 있는 열우당과 정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쟁점이 되고 이에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것이 기초노령연금이고, 민주노동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은 연금을 내지 못한 사람만 수혜를 받는 기본급여로, 정부는 시혜 첫해에 노령인구 80%가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것이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국민연금을 구경도 해보기 어려운 사람에게 나라에서 돈을 들여 용돈이라도 집어 주겠다는 제도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여부를 떠나 모두가 받는 것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국민연금에 더해 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급액이 인상되는 효과를 갖는다. 반면 기초노령연금은 수혜범위를 80%라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가입자가 수급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그 수혜범위는 날로 줄어들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가지고 정부여당이 생색을 떤다고 떠들썩했던 것은 국민연금이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하여 연금을 수급하는 것에 비해 기초노령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정부예산에서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초연금도 마찬가지인데 기초연금도 역시 조세에서 지급됨으로써 순수한 보험방식이 아닌 사회가 돈을 제공하는 공적연금의 성격을 갖는다.
좌초된 기초연금 도입
기초노령연금에 반대했던 민주노동당, 한나라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해왔다. 기초연금은 연금사각지대해소와 아울러, 사실상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수급율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가입자단체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공동발의한 기초연금법안은 5%에서 시작해 10년 후에 10%로 지급율을 높이고, 여기에 현행 60%에서 40%로 떨어지는 수급율에 10%를 더해 사실상 50%의 수급율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이었다. 납부율은 현행 9%를 유지하는 것으로 양당이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2007년 4월 2일 임시국회에서 열우당의 개정안, 민주노동당-한나라당의 수정안 모두 부결되고, 기초노령연금법만이 통과되어 6월 국회에서 또 다시 논란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재정문제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국민연금 자체에서도 비롯되지만 개인연금,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보험시장을 확대하려는 자본의 부추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재정계산제도라고 해서 5년마다 재정상태에 따른 보험료와 지급율을 조정하는 행사가 2003년부터 5년마다 벌어지면 연금고갈 시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고, 보험요율 인상과 수급액 인하가 거론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시작이 확대되어 간다. 따라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고, 근본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재정고갈에 대비한 재정조달 방법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재정고갈에 대비한 재정조달방법으로는 고소득자에 대한 국민연금 부담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36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보험요율이 일정한데, 이러한 상한기준을 폐지하되 지급율은 상한제를 유지하여 고소득자들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개선책은 이미 의료보험과 관련된 재정안정책으로도 실시된바 있다.
사각지대 해소와 사실상 지급율을 상향시키는 유력한 방안은 기초연금법과 같이 조세에서 재정조달을 하는 공적연금이 강화되는 것이다. 애초에 민주노동당은 15% 기초연금을 주장하여 2008년부터 5%(9만원)에서 시작하여 해마다 0.5%씩 급여율을 늘려 2028년도에는 15%(27만원)을 나라에서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공동수정안 마련과정에서 15%가 10%로 조정되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쥐꼬리였던 것이다.
국민연금 관련한 노동자들의 요구
날이 갈수록 정년이 줄어들고 개인저축율이 저하되는 가운데 노후생활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은 국민연금법 개악을 좌시해서 안 된다. 또한 사교육 시장이나 사의료보험시장의 확대가 공교육과 공적 의료보험을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연금 개악을 방치하면 결과적으로 사연금시장 확대를 용인하는 것으로, 이는 근로민중의 생활을 더욱 고단하게 할뿐이다.
첫째,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연금보험료 인상에 반대해야 한다. 처음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88년 3%에서 시작한 연금보험료가 9%를 지나 12%대로 진입하는 정부여당안은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확대할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행 지급율 60%를 유지해야 한다. 연금지급율을 40%대로 내리는 것에 민주노동당이 동의한바 있지만 평균 연금가입해수가 20년이 가까스로 넘는 현실에서 40년 가입기준으로 60% 지급율을 규정한 현행 체계를 40%로 낮추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되면 평균 수급액이 20%에 지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노후생활 전반을 모두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은 치졸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연금생활자들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수준은 못 미치더라도 수십 년 보험료 납부하고 노후의 품위를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연금이 갖는 본질이다.
셋째, 사각지대 해소와 공적연금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기초연금제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기초연금 수급율을 민주노동당이 애초에 주장한 것처럼 15%선으로 조정해야 기초연금도 그 이름값을 할 수 있다. 특히 무상의료, 무상주택 등과 같은 복지기반이 취약한 나라에서 상당정도의 현금보유를 하지 않으면 앉아서 병들어 죽거나 길거리를 내 앉는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사회보장 확대에 따른 대책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수급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필요한 인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보장확대에 따른 관련인력 충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떠들며 관련업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을 획책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보장관련 노동조합의 노동자들은 신설되는 업무를 자기 사업장으로 가져와 구조조정요구에 적당히 타협하며 전환배치를 통한 고용안정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회보험노동조합이 노인요양법에 대한 태도가 그런 사례 중의 하나다. 그러다 보니 연금노조가 기초연금법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기초연금법의 경우, 기초노령연금과 달리 관리주체가 연금공단이 돼서 자신들 고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르는 당연한 사회보장영역의 확대에 대한 정당한 요구가 이런 식으로 왜곡되는 것은 노동운동 주체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을 형성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회보장관련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한 전선을 형성하고, 이것과 별개로 사회보장확대와 이에 따르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어떤 개혁도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빈곤을 확대할 뿐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정면으로 치고 나가지 않는 이상, 보편적인 이해를 갖는 노동자의 주장을 실현시킬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6월 국회에서 다루게 되어있는 연금관련 투쟁에서 4대보험 관련 노동자들의 강력한 선도투쟁과 국민여론을 몰아가는 집요한 선전, 선동이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구조조정반대, 복지관련 사회적 일자리 확대, 그리고 사회보장 확대를 주장하는 4대보험 노동자들의 투쟁은 6월투쟁의 또 다른 장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