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6호] 자본의 세계화는 노동자를 피멍들게 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는 외국인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고 선진 경영기법 등을 배우는 통로가 된다는 찬양일색의 선전을 대대적으로 하면서,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장벽들을 대거 허물었다. 그런데 초국적 자본이 국내에 손쉽게 들어오도록 한 것은 마찬가지로 손쉽게 빠져나가도록 한 것과 동일하다. 이러한 국경을 초월하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세계화의 중심축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약속해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밋빛 약속 십여년만에 자본의 세계화는 오직 자본만을 위한, 노동의 바닥을 향한 전세계적인 경주를 강제하는 수단에 불과함이 증명되고 있다. 자본은 세계화를 통해 노동의 산물을 더 많이 강탈하고 있다.
현재 테트라팩 노동자들은 자본만을 위한 세계화의 노동파괴적 실체를 생존권 박탈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체감하고 있다. 스웨덴 다국적기업 테트라팩은 음료팩 등을 만드는 다품종 포장패키지 생산업체이다. 1988년 여주에 공장을 만들며 한국에 진출한 테트라팩은 현재 연매출 천억을 올리며 국내 음료팩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의 신규투자와 함께 한국에서의 공장철수를 결정하고는 지난 5월10일에 그동안 강제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조합원 22명 전원을 해고했다. 이에 테트라팩 노조는 공장철수 철회, 공장재가동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다. 그리고 8월 22일에는 스웨덴으로 원정투쟁을 나간다. 원정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정장훈 테트라팩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작년부터 회사는 노동3권을 제약하는 19개항, 42%를 삭감하는 임금안 등의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내놓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장폐쇄를 한다, 받아들여도 경영이 어렵다는 협박을 해왔다. 아울러 징계, 경고장, 인사이동 등 현장탄압을 하고 교섭위원으로는 기업정리전문가들을 내보내는 등 파업을 유도하는 식의 사실상의 정리수순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 결국 3월29일에 평균 2년치 임금의 퇴직위로금을 제시하고는 4월9일까지 사표를 내지 않으면 해고시키고 한달치의 퇴직금만 지급한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조합원 22명이 퇴직을 거부하고 남았다. 우리는 4월18일부터 버스를 끌고 나와 현장을 돌기 시작했다. 사실을 알려내고, 거래처를 돌면서 재가동을 요구하는 공문을 테트라팩에 보낼 것을 요청했다. 열 개의 거래업체와 여주군에서도 공문을 보내주었다. 또한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다.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OECD에 제소도 했다. 이제 원정투쟁을 갈 것이고, 공장재가동까지 끝장투쟁을 할 것이다.”

22명의 조합원이 끝장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것은 이들이 독해서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벼랑끝으로 몰아넣은 것은 테트라팩 자본이다.

“회사가 작년에 공장문을 닫을 테니까 내년 3, 4월까지 일자리를 알아봐라 했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탄압하고 노조 문 닫을 것을 요구하다가 안되니까 이렇게 공장폐쇄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하다. 그래서 분노하는 것이다. 게다가 조선일보에서는 고임금과 강성노조로 공장을 철수한다는 왜곡기사를 냈다. 그리고 거래처를 다니다 보니까 한 달동안 파업한 걸로 알고 있었다. 한 달간의 파업으로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어서 직장폐쇄를 한 것이라고 회사가 통보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갈 곳이 없다. 면접을 보면 테트라팩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노사관계에 대한 것만 묻다 끝낸다고 한다.”

테트라팩은 공장철수의 명분을 위해 노조를 희생양 삼은 것이다. 실제 자본철수의 부담은 생산직 노동자들만이 지고 있다. 테트라팩은 한국시장 유지를 위해 서울의 마케팅과 기술센터는 그대로 두고 있다.
이윤극대화를 위한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결국 더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존재하는 곳은 배제되기 마련이다. 자본은 공공연히 철수를 거론하며 노동자들이 자본의 탐욕에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무기인 단결과 연대를 해체할 것을 협박한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이제는 자본의 자유가 노동자들의 손에 결박당해야 할 차례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문창호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