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뉴코아 노동자들의 사활을 건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보호법안’이 희대의 사기였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폭로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 악법의 시행을 앞두고 터져 나온 이랜드 투쟁은 그 출발부터, 악법을 활용하려는 자본과 이것으로 인해 닥쳐오는 고통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 간의,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리전으로 가고 있다.
노동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부려먹어야만 자신의 이득을 더 챙길 수 있다고 계산하는 자본의 속성상 이랜드 문제에 총자본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당연하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주저 없이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항상 우리 운동이 지닌 최고의 미덕이었지만, 이랜드 뉴코아 투쟁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수많은 연대단위의 태도에서 사안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직 악법을 마주한 전체 노동자에게 닥칠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 관문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이랜드 투쟁에 성심·성의껏 연대하는 동지들이 보여주는 행동이야말로 감히 누구도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뺏지’를 달고서 국회를 출입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다. 이들 중에는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당내 경선에 출마한 사람들도 있다. 물론, 농성장을 찾아와 불편한 잠자리도 마다않고 공권력이 침탈하는 순간까지도 마지막까지 항의하는 의원들의 행동에 마냥 고마워만 하는 이랜드 뉴코아 조합원들의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하지만, 이러는 의원단의 행동이 그다지 솔직하지 못하고 ‘위선’ 섞인 모습으로 보이는 건 왜인가!
경선 출마자들이 선거를 겨냥하고서 투쟁에 연대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들이 의원 신분으로 입법활동을 벌이던 지난날의 경험이 이토록 피터지게 싸우는 지금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들은 행적은, 정부와 여당이 도모하는 악법 도입을 저지하는 전선을 구축하는데 조금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되었을 뿐이다. 이미 협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조건에서 ‘권리보장입법’의 취지를 살려보고자 협상에 집착했던 일. 2005년 말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하여 고용의제니 사유제한이니 하며 위험천만한 ‘수정안’까지 내밀며 투쟁에 혼선을 초래했던 일. 애초부터 소수 의원들로 법안 흥정 자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협상에 골몰하며 노동자들에게 대기심리를 심어준 일. 이렇게 원내 협의과정에 시종일관 함께 하며 뒤늦게야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법안통과를 막겠다는 의원들의 행동은 일관성이 없었고 노동자 대중을 구경꾼으로 전락시켰다.
이것은 의회활동에 대한 뚜렷한 기준도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픈 입법활동에 목을 맴으로써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이다. 특정법안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법안을 수정하고 양보하는 입법활동의 집착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 문제가 해당 국회의원에 국한된 게 아니라 의원단은 물론 당 전체에 두루 걸쳐있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작년 말 비정규직 악법과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이 보란 듯이 통과되는데도, 숱한 혼란과 의문을 품은 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저항 한 번 제대로 조직해내지 못하고 통과된 악법이 지금의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 범한 과실이 오늘 우리의 투쟁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실은 있으나 정작 책임을 지지 않는 이 세태를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