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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노동자 피땀으로 죗값을 치룬 파렴치한 정몽구

천억에 이르는 막대한 회삿돈을 횡령해 징역3년을 선고받았던 정몽구가 지난 6일 항소심 재판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음날 일간지에는 정몽구가 웃음 띤 얼굴로 걸어 나오는 사진들이 실렸다. 그날 정몽구는 웃고 있었다. 과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에서 정몽구에게 기쁘지 않을 일이 어디 있겠는가. 돈으로 면죄부를 사니 구속할 사람이 없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사니 말이다.

그런데 정몽구 집행유예를 두고 법의 공정성이 지켜지지 못한 재벌 봐주기라고 말들이 오간다. 그러나 언제는 법이 공정했던가? 재벌깡패 김승현의 경우를 보아도 재벌총수들은 저지른 죄의 무게가 어떻든 집행유예로 곧 풀러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반면에 노동자의 처지는 어떠한가? 생존권 투쟁은 죄다 불법이고 구속감이며, 비열한 범법자 취급을 받는다.

정몽구는 자신의 죗값을 1조원의 사회공헌으로 갚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돈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정몽구가 집행유예를 받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운송주선업체인 글로비스에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들이 웃돈을 얹혀 물량을 몰아준 부당 내부거래를 적발했다. 글로비스는 정몽구와 정의선이 100% 출자해 만든 회사다. 즉 현대기아차그룹이 밀어준 돈은 고스란히 정 부자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공정위에 적발되었다고 그동안 맡아오던 물량까지 토해내는 것은 아니다. 합법적인 회삿돈 챙기기인 것이다. 더욱이 글로비스는 악명높은 다단계하도급과 화물운송노동자 중간착취의 꼭대기에서 기생하고 있는, 화물운송노동자들에게는 원수 같은 알선업체이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1만여명의 사내하청노동자 불법파견으로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다. 지난 6월 19일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3인은 정몽구 공판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며 “정몽구 회장이 사회환원 운운한 1조원은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불법파견, 저임금으로 사용하며 부정 축재한 돈일 뿐”이고 외쳤다.

이처럼 정몽구는 부당 내부거래, 중간착취, 불법파견, 저임금으로 조성한 돈으로 죗값을 덜겠다고 한다. 정몽구의 죄가 덜어질수록 사회의 악은 더욱 커져가는 것이다. 정몽구의 죄사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 흘려야 하는가?

정몽구를 구해준 판사는 “우리나라에서 현대차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위이고 정 회장은 현대차의 상징”이라며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대차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꺼려진다”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정몽구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양산 경영의 상징이지 않는가? 재판부의 말인즉, 앞으로도 비정규직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고 노동자에 대한 불법이 더 자행돼야 경제가 잘 돌아가니 비정규직 양산 경영의 선두인 정몽구가 수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니 노동자에게 모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정몽구 집행유예는 사법부의 재벌 하수인 노릇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동운동의 패배이기도 하다. 재판받고 걸어 나오는 정몽구를 기다리던 것이 현대차 임직원들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의 분노와 대오였다면 노동자를 모욕하고 노동자 피땀으로 죗값을 치루는 저들의 파렴치한 거래가 뻔뻔하게 이뤄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본과의 투쟁을 방기하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점점 빼앗길 뿐이다. 아니면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한 약자를 희생시키는 수치를 저지르는 것이다.

정몽구는 마땅히 자기 죄를 옥살이는 물론이고 글로비스 해체 및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갚아야 했다. 그러나 당연한 정의가 재벌과 사법부의 야합에 짓밟혔다. 이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파렴치한 세상에 다시 정의를 세울 수 있는 힘은 우리 노동자에게서밖에 나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저들의 파렴치함을 두 눈 뜨고 바라봐야겠는가. 나 또한 정몽구 비리사태가 터지고 나서부터 ‘현대차그룹 비리사태 관련 노동자투쟁본부’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반성과 함께, 전투적,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복원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다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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