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8호/정세(4)] 진보적 성장론은 폐기해야 한다

권영길 후보는 “이제 진보정당은 집권의 포부를 가지고 국민적 관심사인 성장론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진보적 성장론’을 내놓았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실업으로 삶의 파탄을 겪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양질의 일자리와 절대빈곤 타파이지 성장론이 아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 민생파탄은 성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적인 성장의 결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과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자본이 생산수단을 독점함으로써 사회의 부를 전유하고 관리함에 따라, 생산수단과 부로부터 노동자 민중이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생산수단에서 소외돼 있는 무산대중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 자본의 욕망과 필요를 충족시켜줄 때만이 임금을 받아 살아갈 수 있다. 무산대중은 자본의 허락(취업)을 받고 나서야만, 임금노동자로서 겨우 생활수단을 획득한다. 그리고 자본의 허가를 받지 못한 자들 즉, 자본에게 있어 불필요한 잉여인구는 거대한 부로부터 배제된 채 실업의 고통으로 밀어 넣어진다. 그러나 잉여-실업인구의 비참한 삶은 한편으로 자본에게 매우 쓸모있으니, 바로 노동자들에게 실업의 공포를 심어주어 해고당하고 싶지 않으면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시간과 땀을 바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는 시기에는 노동에 대한 자본의 수요가 늘어나 실업은 줄고, 노동자의 삶은 개선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다수 자본의 개별적이고 무정부적인 축적과 경쟁의 열기는 곧 과잉생산과 생산부문간 불균형으로 귀결해 과잉상품, 지급불능, 연쇄도산, 신용경색, 공황을 터트린다. 97년의 통칭 IMF사태는 실상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한계가 극적으로 분출됐던 자본에 의한, 자본의 위기였다. 그러나 체제와 자본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계급에게 전부 떠넘겨졌다. 자본과 정부는 고통분담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삭감,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노동유연화 등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전면적으로 밀어붙였다. 노동자계급은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왔고, 그 결과가 오늘날 860만 비정규직, 양극화, 빈곤의 시대인 것이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자 민중의 삶의 파탄은 직접적으로는 체제위기에 의해 야기된 자본과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때문이며, 근본적으로는 생산수단과 사회의 부로부터 소외돼 있는 무산대중의 상태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질곡에 의한 인간의 파괴라는 올바른 관점과 자본주의 모순을 폭로하고 공격하는 대선투쟁을 방기하는 것도 모자라, 민생파탄의 원인과 대안을 호도하는 진보적 성장론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론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성장론을 경제대안의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권영길 후보는 사실상 민생파탄의 원인과 대안을 ‘경제성장’에서 찾는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그 근본적인 원인은 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을 배제하고 한 줌의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독점하여, 이들의 욕망을 위해 노동자 민중이 희생해야 하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다. 그럼에도 진보적 성장론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조차 규탄하지 않은 채, 마치 경제성장의 부족이 노동자 민중 고통의 핵심적인 원인인양 호도하고 있다. 그러고는 ‘진보적 성장’이 비정규직, 빈곤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한다. 보수언론들조차 ‘고용 없는 성장’을 고백하는 상황에서 대단한 무지요, 용기이다. 이러한 용기는 실상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을 극구 회피하는 비겁함의 짝패이다.
부당한 현실에 대한 변혁의 의지를 정체성으로 삼는 진보정당이 오늘날 점점 격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폭로, 공격을 회피한 채, 도리어 우파들처럼 경제성장을 내세우고 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진보의 정체성에 대한 배반이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배반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을 회피하는 비겁함의 산물인 권영길 후보의 진보적 성장론은 폐기돼야 한다. 우리의 진정한 대안은 노동자 민중의 희생과 고통에 기생하는 자본가의 소유와 권력을 해체하고, 그 아래에서 이제까지 이윤을 위해서만 가동됐던 생산력을 전 사회의 필요, 인간다운 삶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 복무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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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 민주노동당 , 대선 , 진보적 성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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