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권영길후보의 우경화행보

[28호/정세(1)]

필자는 「해방」지 27호에 실린 필자의 글, 「한사코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을 회피하고 있는 후보들과 민주노동당」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 악화와 사회의 양극화, 이에 따른 노동자, 민중의 삶의 악화, 파탄에 민주노동당이 급진적인 노동자정치의 강화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우경화하고 있는 것이 민주노동당 위기의 근본 원인임을 지적하였다.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급진적인 노동자정치를 강화하여 ‘자신이 있어야 할’ 정치적 위치에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자유주의좌파 수준의’ 정치적 위치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위기의 핵심 이유이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몰락하고 있는 자유주의정치세력(열우당, 대통합민주신당)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정치세력으로 대중에게 인식되지 못하고 ‘한묶음의 무능한’ 진보개혁정치세력으로 인식된 채 동반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필자와 해방연대회원들이 2005년 울산북구재선거 패배 이후 주요 계기점마다 반복하여 강조해온 것으로 노동자계급적 관점에서 한국사회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자신을 변화시켜오지 않고, 오히려 우경화해왔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후보로 권영길후보가 당선된 이후에는 어이없다고 할 정도로 더욱더 우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영길후보는 당선되자마자 현충원을 방문하고 친기업정당을 표방함으로써 급진적인 노동자정치를 강화하기는커녕 이미 취약해진 진보정당의 정체성마저 흔들어버리는 행보를 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권영길후보는 이렇게 하면 당의 외연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관적으로 생각했겠지만, 이러한 권영길후보의 행보는 민주노동당의 기왕의 위기를 부추기는 것으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낮은 권영길후보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져 현재 좀처럼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민주노동당, 그 중에서도 특히 권영길후보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급투쟁의 격화되고 있는 실상, 민주노동당 위기의 본질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권영길후보는 왜 자유주의정치세력이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있음에도 그것이 결코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확대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2005년, 2006년 패배를 충분히 경험한 현시점에서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권영길후보는 ‘사회의 양극화’에 걸맞게 민주노동당이 보다 급진적인 노동자정치를 실천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위기탈출책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거꾸로 ‘과격한 민주노동당의 이미지’를 약화시키면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에 실망한 대중들이 민주노동당에게 달려올 것이라는 ‘주관적 착각’에 빠져 있다. 이미 2006년 지자체선거경험에서, 열우당에 실망한 대중이 열우당과 별 차이없는 것으로 보이는 민주노동당 쪽으로 몰려오지 않고 한나라당 쪽으로 갔다는 것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권영길후보가 얼마나 사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가는 권영길후보의 문국현에 대한 대응에서도 나타났다. 얼마 전, 권영길 후보는 문국현의 정체성을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비판은 매우 엉뚱한 것이었다. 권영길 후보는 문국현이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얘기하는 등 ‘진보연’하지만 한미 FTA에 찬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문국현의 정체성을 비판하였다. 그런데 자유주의정치인 중 하나인 문국현이 한미FTA를 반대하지 않는 것은 그의 자유주의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 자본가적 정체성과 하등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주의정치인임에도 그가 다른 자유주의정치인, 자본가정치세력들과 달리 독특하게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비정규직50%삭감을 주장함으로써, 오히려 그는 신자유주의 일색인 자유주의정치인 중에서 참신한 정치인으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쪽은 이런 문국현이 아니라, 문국현 정도에도 위협을 느낄 정도로 진보후보, 노동자후보로서의 정체성이 취약한 권영길후보 쪽이다. 만약 민주노동당과 권영길후보가 그동안 반자본주의의 기조로 급진적인 노동자정치를 실천해왔다면, 권영길후보는 문국현과의 차별성에 신경쓸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문국현과 확연히 다르게 차별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정반대로 ‘진보적 성장론’, ‘사회복지국가통일론’ 등으로 스스로 진보후보로서의 정체성을 무너뜨려온 것이 권영길후보의 정체성을 취약하게 만들어 온 것이고, 정체성이 취약하니깐 엉뚱하게도 자본가정치인을 붙잡고 정체성비판이나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의 기본 정치투쟁기조와 대선투쟁기조, 선거전략을 반자본주의 기조로 신속히 바꾸어내야 한다. 만약 이런 방향으로 강도높게 의식적으로 선회하지 않고 최근 권영길후보가 보인 행보를 계속 반복한다면, 민주노동당은 2005년 재선거, 2006년 지자체선거에서와 같이 패배할 것이고 향후 정치적 몰락위기에 처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라는 2000년 창당시의 기본목표를 잊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투쟁에서 반자본의 기조아래 자본에 예리한 공격을 가하는 급진적인 공약을 채택하고 투쟁해야 한다.


→ 짝퉁 통일방안 “코리아 연방제”는 노동자 정당의 통일방안인가?
→ 동반몰락을 앞당길뿐인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버리자!
→ 진보적 성장론은 폐기해야 한다
→ '은행과 기간산업의 사회화’를 내걸고 대선투쟁에 나서자!
태그

권영길 , 민주노동당 , 대선 , 진보적 성장론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성두현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