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자인 사르코지를 당선시켰던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 대한 한을 프랑스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전국을 마비시키는 대규모 파업으로 갚아주고 있다. 지난 달 17일에 있었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에 이어, 11월 13일 철도노조를 필두로 지하철, 버스, 전력, 가스 노동자들이 합세하여 전국을 강타한 공공부문 연대파업을 통해 말 그대로 대통령과의 전면전 제 2라운드에 돌입했다.
파업 9일째인 21일 현재까지도 이들의 열정적인 파업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공기업 특별연금 개혁에 반발하며 철도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지난 13일 밤 이후, 파리 시내 지하철, 버스, 열차와 프랑스 전역의 초고속열차 TGV를 포함한 모든 구간이 파행 운행되고 있다. 20일엔 교사와 공무원, 간호사들까지 ‘24시간 파업’에 동참했다. 이날의 파업에는 공무원 노동자만 70만 명이 참가했다고 프랑스노동총동맹(CGT)가 밝히고 있다. 휴교하는 유치원, 초등학교가 속출했고 학교, 병원, 우체국 등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그야말로 프랑스 공공 부문이 ‘마비 상태’였다.
이날은 신문도 휴간되었다. 파리언론배급사(NMPP) 소속 노조가 파업에 동참해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주요 일간지들이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못했고 거리의 신문 가판대가 텅텅 비었다. 대학 개혁에 반대한 대학생들도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전국 85개 대학 중 29개 대학이 전체 또는 부분 봉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노동자들이 ‘세상을 멈췄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누구인가. 프랑스 노동자들의 복지와 연대 투쟁이 ‘프랑스 병’이라고 공공연하게 비난하며 일자리 축소 및 공공 서비스 구조조정을 관철시키려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변인이 아니던가. 사르코지는 파업이 시작된 이후 줄곧 침묵을 지키며 사태를 관망하다가, 지난 20일에는 “결코 항복하지도 물러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천명하는 단호한 모습으로 한국 보수언론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연설이 이뤄진 이날도 3만명 이상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앞서 노사정 대화를 위해 파업을 중단하도록 결정했던 민주노동동맹(CFDT)의 프랑수아 위원장은 거리에 나섰다가 시위대의 야유를 받으며 도망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투적 노동조합으로 알려져 있는 철도민주단일노조(SUD Rail)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호쾌한 투쟁 소식에 가슴이 뛴다. 민주노동동맹(CFDT) 파업 중단 결정 등 일부 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접겠다고 했음에도 현장의 노동자들은 파업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철도노조는 19일 전체회의를 개최하여 처음보다 더 많은 대오가 모인 가운데 파업 연장을 결의했으며, 파업의 위력은 아직까지 전혀 감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열기로 인해 프랑스 노동총연맹(CGT) 지도부는 파업을 쉽사리 철회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이번 파업 기간에만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5% 하락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과감하게 직접 행동으로 표출한 프랑스 공공부문 파업이 반드시 승리하길 기대한다. 더불어 이번 파업을 지켜보는 전세계와 한국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가슴 속에 새로운 투쟁의 불씨를 키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