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0호] 당강령을 개정하자!

민주노동당은 대선에서 참패하였다. 대선에서의 참패로 당원들과 당을 지지하는 노동자, 민중들 사이에서는 실망감과 분노가 팽배해있다. 세상에는 삶에 힘들어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하기에 따라서는 민중들 사이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의 대변자로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존재했는데도, 민주노동당은 이 기회를 다 날려버리고 오히려 민중의 심판을 받는 처지에 몰렸으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화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왜 지금, 살기 힘든 세상에 대한 불만은 온통 가장 자본가적인 이명박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로 향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진보정치세력,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로는 향하지 않은 것인가? 스스로 진보 쪽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의문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밝히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스스로를 진보정당으로 규정하고 또 선전해 왔지만, 실제로는 전혀 진보정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민족주의자들과 개량주의자들이 분명하게 깨닫고 있지 못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최근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정세에서 반자본주의적 기조를 분명히 하지 못하여 열우당 2중대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 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라 자유주의정치세력 내 좌파 정도로밖에 노동자, 민중들에게 인식되지 못하였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급변하는 한반도정세에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북한의 입장을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추종하는 민족주의자들이 한편에 서고, 진보연하며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북한비판에만 몰두하는 사회민주주의적 개량주의자들이 다른 한편에 서서, 지루한 논란만 벌이면서 신속하고 명확하게 진보정당다운 입장을 밝히고 실천하는 데에서 실패하였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은 한반도정세에 능동적으로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있으나 마나한 ‘진보정당’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정확히 말해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에서가 아니라 대선 이전에 이미 2005년 울산북구재선거 때부터 노동자, 민중의 심판을 받아왔던 것이고, 이것이 누적되어 대선에서 당이 존폐위기에까지 몰릴 정도로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민주노동당에게는 앞으로 퇴보하는 길만이 남아 있다. 이번 대선투쟁이 참패로 끝난 후 과거와는 다른 철저한 평가가 요구되는 것은, 이를 실천하지 못할 경우 당은 사라져야 할 운명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미래 운명이 대선패배 이후 한 달간 당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철저히 평가하고, 그 대안으로 반자본주의적 정당, 반제국주의적 정당, 북한에 대해서 철저히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정당으로 바로 서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당의 환골탈태를 당내외적으로 분명히 한다는 결의로 당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평가를 마무리하며, 대안을 강령의 개정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하는 방식은 결의보다도 높은 수준인 강령개정이다. 문제를 절충하고 얼버무리지 말고 민주노동당은 평가와 대안을 사회주의적 관점에 선, 반자본주의적 반제국주의적인 정치기조의 확립과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한 비판적 태도를 담는 강령개정으로 요약하여 표현하여야 한다.

필자가 지금 시기 강령개정을 제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당의 내부투쟁을, 정치적 내용을 분명히 하는 투쟁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후, 특히 민족주의세력이 당권을 잡은 2004년 총선 이후 당내투쟁이 끊이지 않아왔다. 그러함에도 이 투쟁은 그 정치적 성격을 분명히 하지 못한 채 당내권력투쟁과 착종되면서 종파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강령개정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내투쟁의 성격을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설령 2/3이상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당장은 부결되더라도 강령개정을 제기하여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종파적 양상의 내부투쟁이 아니라, 정치적 내용을 분명히 드러내는 공공연한 투쟁이 전개되도록 하는 것이 백배는 더 낫다. 가령 사회주의적 내용 강화를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한 비판을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는지를 표결결과로서 드러내는 것이 속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도 겉으로는 이를 위장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당원들과 노동자, 민중이 어느 경향을 지지할지를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평가를 통해 대안을 도출하고 이를 강령개정으로 요약하여 표현하자!(강령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호나 다른 경로를 통해 밝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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