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0호] 사회주의자들 무엇을 해야 하나?

왜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몰락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2007년 대선투쟁에서 민주노동당은 참담하게 패배하였다. 5년간 당원수와 당조직은 급격히 확대되었음에도 권영길 후보는 2002년의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3.0%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낮은 득표율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당은 사회의 발전방향을 둘러싸고 의미 있는 논란거리를 제기하는 데에서도 실패하였다. 당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이로써 2005년 4.30재보선선거 이후 서서히 정치적 몰락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한 자유주의정치세력을 뒤따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역시 정치적 몰락 위기에 처하였다.

사실, 노무현의 집권 이후 자본주의적 신자유주의공세를 강화하여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낸 자유주의정치세력이 정치적인 몰락을 겪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몰락할 세력이 때가 되어 몰락했을 뿐이다. 문제는 왜 자유주의세력도 아니고 집권세력도 아닌, 야당의 위치에 서있는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정치세력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 확대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자유주의정치세력과 동반몰락했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답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동반몰락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정치세력과는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혀 인식되지 못했고, 그 결과 자유주의정치세력과 함께 ‘민생파탄을 초래한 한묶음의 무능한 세력’으로밖에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데에는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 악화와 사회의 양극화, 이에 따른 노동자, 민중의 삶의 악화, 파탄에 민주노동당이 급진적인 노동자정치의 강화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우경화하여 자유주의정치세력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노동자계급정치를 실천하지 않았기(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때문이다.

이 점은 필자와 해방연대(준) 회원, 사회주의자들이 끊임없이 반복하여, 그것도 최근이 아니라 2005년 울산북구재선거패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미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한국사회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2005년 울산북구재선거, 2006년 지자체선거에서의 패배 이후에도 전혀, 자신의 실패에서 이러한 교훈을 도출하고 이를 실천에 반영해 자신을 변화시켜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2007년 대선에서 무언가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막연히 기대했으나 현실은 냉정했다. 당은 결국 지금 정치적 몰락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자기변화 없는, 둔감한 조직이 스스로 초래한 파국적 결말인 것이다.


자기변화능력, 정세적응능력을 상실한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은, 창당 당시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열망을 동력으로, 자본가정치세력과는 다른 대안정치세력에 대한 민중의 갈구를 배경으로, 창당 이후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여 2004년 총선에서 진보정치불모의 한국정치지형에 돌파구를 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2004년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은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거듭하다가, 현재는 자기변화능력 자체를 상실하여 퇴보추세가 일상화된 상태이다. 2007년 대선국면에서 이는 더욱더 급속히 진행되어 급기야는 친기업정당선언에 이어 당대표가 한국노총에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노동당이 자기변화 능력을 상실한 첫 번째 이유는 총선 이후 당내 다수파가 된 민족주의 세력이 당정치투쟁기조를 시대착오적인 민족민주적 기조에 가둔 채 반자본주의적 기조의 채택을 방해하고, 개량주의적인 사민주의세력이 이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당의 자본주의체제 안주경향 고착화를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당이 노동자대중의 투쟁흐름과 분리되어 이미 관료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은 창당시기부터 민주노총 상층중심으로 조직되었고, 이후 일반 노동자들이 다수 입당하였지만 일반노동자들이 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통로가 봉쇄되어, 당은 노동자대중의 투쟁과 분리되어 있다. 그 결과 당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한 흐름이 당에 영향을 미치거나 당사업과 연결되지 않고, 상층관료의 통제아래 관리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은 노동자대중의 분노, 열망, 투쟁과 분리되어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당의 잘못된 정치노선, 패권주의적 운영, 출세주의자들 사이의 권력투쟁 등에 실망하여 건강한 선진노동자들과 변혁적 세력들이 새로이 입당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기존당원들이 개별적으로 탈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제 민주노동당이 자기변화능력을 상실한 점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적응할 능력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당연히 발전가능성도 없다. 당의 현구조에서 당은 지금보다도 더욱더 퇴보하는 길로 갈 것이며 갈수록, 자본주의체제에 공격을 가하는 당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체제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퇴보해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전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은 주체적 한계와 오류로 인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그 역사적 생명을 다해가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이 현재 기대할 수 있는,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서 민주노동당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언제 어떻게 분화할 것인가의 문제만이 사회주의자들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온전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2004년 이후 사회주의적 내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올바른 궤도에 올랐다면 민주노동당은 지금 사회주의정당에 근접한 정당으로 발전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민주노동당은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창당초기 이상으로 발전하는 당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것이고, 사회주의자들은 분화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정치활동의 풍부화를 고민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의 역량부족과 기회주의자들의 시대착오적인 정치투쟁기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발전해야 할 때 발전하지 못하는 모든 존재가 정반대로 퇴보하듯이, 민주노동당은 발전해야 할 때 발전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올바로 찾지 못하고 퇴보하여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온전한 발전에 걸림돌이 된 정당이 되어버렸다.


이제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노동자정당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이점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에게 고한다.

민주노동당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더 이상의 미련을 버리고 사회주의정당건설운동을 결의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가자!

자신의 한계와 오류로 스스로 몰락해가고 있는 당에 대해 비판자의 역할에 머물며 당의 몰락시기를 늦추는 역할에 자신을 가두지 말자! 적극적으로 사회주의정당의 건설자로 나서자!

함께 같이 고민하고 논의하자! 논의와 공동대응 과정에서 논의와 행동을 심화시켜가자! 가령 언제 민주노동당을 분화시킬 것인가는 논의과정에서 보다 구체화하자!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건설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나를 경험한 사회주의자라면, 사회주의자들의 대안모색과 실천이 자족적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하여 대중적인 사회주의정당을 실제로 건설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이 길이 옳고 합당한 길이라는 결론이 서면 단호하고 결단력있게 행동에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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