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으로 긴장하는 노동계?
이명박 당선자는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위원장의 소환불응을 이유로 전격취소했다. 대신 지난 5년간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는 GM대우자동차를 찾아 정규직노조 위원장, 사장과 함께 파안대소를 지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을 배제하는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자본가권력에 의해 배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수호집행부 때부터 수년간 지속해왔던 사회적 교섭에 익숙해진 민주노총은 불만을 늘어놓는 것이다. 투쟁과 협상의 병행, 혹은 긴장을 이야기하며 연이어 집행부에 선출되었던 노사협조주의자로서는 힘겨운 날이 오고 있다. 그러나 한해 100여명의 구속자를 연이어 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조합원들로서는 봄날이 간 것도 아니고, 겨울이 온 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배제는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고, 투쟁없이 쟁취없고, 투쟁없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삶은 계속될 뿐이다.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예고
이명박 당선자는 IMF이후 한국경제를 흔들어왔던 사유화(민영화), 규제완화, 노동유연화 정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미 다 팔아먹었는데, 뭐가 남아 있냐는 생각이 들만도 한데, 이명박 당선자는 이른바 시장친화적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공기업형태로 남아 있는 것은 모두 내다 팔자는 생각이다.
이러한 사유화 바람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의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 명확하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주체로 민영화 반대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위를 만들기 위한 흐름이 발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공공성 강화라는 주장을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민영화 반대투쟁은 지금껏 봐왔듯이 공기업 노동자들은 철밥통이라는 식의 대대적인 비방을 앞세운 자본의 공세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에서 공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공공성확대라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복지확대나 무상공여의 확대 등 새로운 사회운영원리(시장만능주의에 대비되는 의미에서)를 제시하고 이에 입각한 주장을 펴야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민영화반대투쟁은 노동조합의 강령적 수준을 사회주의적 운영원리를 전명에 내세우는 강화를 통해서 그 성과를 볼 수 있다.
노동조합활동의 강령적 수준을 높여내는 투쟁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 남한 자본주의의 모순은 가파르게 심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심화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운동은 이러한 모순을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고 이를 강화해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교섭을 앞세워 자본과 정권에 노골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굴욕적인 태도는 결국 매년 열사가 나타나고 노동자들의 구속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등 노동자 대중의 박탈감과 좌절로 이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러한 협조주의의 보루라 할 수 있었던 소위 개혁정권도 마무리 되는 시점에 노사협조주의 세력과의 투쟁이 어느 때 보다도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사협조주의와의 투쟁은 대중투쟁의 고양을 통해 결정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기에, 노동자 대중의 투쟁력을 고양시키는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그것은 노동조합운동의 강령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공식적인 노동조합강령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절박한 요구로 출발해 새로운 사회운영원리, 사회주의적 운영원리로 발전할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 흔히 노동조합의 강령으로 이야기되는 과도강령(해방 23호, 2007년 사회주의자 대선강령 참조)은 대중이 자신들이 절박한 요구와 함께 그러한 요구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사회건설의 요구까지 담아내는 강령체계다. 사회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나,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노동자 정치의식을 끌어올리고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대중의 시야를 조금 더 먼 곳에 두어야 한다. 2008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운동의 목표와 전망을 보다 날카롭고 급진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의 성패여부에 따라 노동자 대중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