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1호] 2008년 세계경제위기 심화속에 노동자의 자각이 강화되는 해

금융위기의 지속

현대자본주의의 특징은 과잉생산이다. 자동차산업만 해도, 판매량에 비해 2,30%의 생산설비가 현재도 과잉상태에 있다. 이러한 만성적인 과잉생산을 해소하는 방법은 소비를 늘리는 길 말고는 없다. 2차대전 이후 70년대 초까지 전 세계를 풍미했던 케인즈주의는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해 국가의 개입을 높이고,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을 주로 구사한다. 90년대말 아시아부터 시작해 전 세계를 강타한 국가 줄도산은 자본가들을 긴장시켰고, 세계공황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적 차원의 수요창출 정책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미국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었다. 미국의 소비를 늘리는 방법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거나 복지를 강화해서가 아니라,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현금을 쥐어주는 식이었다. 이를 받쳐준 것은 낮은 은행이자, 즉 저금리였다. 우리말에 외상으로 소도 잡아먹는다고,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비롯해 더 큰집을 마구잡이로 사들였고, 가계부채는 늘어났다. 이러한 부동산 거품은 소비자들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고, 끝내 작년부터 사단이 나게 되었다.
2008년은 작년부터 시작한 미국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것은 당연히 미국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빚어진 저소득층의 채무 상환능력 고갈은 지금 자동차 할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경기는 자칫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갈 수 있을 만큼 그 전망은 어둡다.

미국의 몸부림 : 부양책

미국의회는 임금생활자의 세금을 낮추는 방안을 통과시킴으로서 경기부양에 나섰다. 우리같으면 갑근세를 인하해 노동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소비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다. 금리를 너무 낮추었다가는 미국달러가 폭락함으로써 또 다른 금융위기로 발전할 우려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최초의 여성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월급쟁이에게 윙크를 보낸 거지만 거기에 소비자의 맘이 설래 지갑을 열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 세계각국에서 높은 이자에 홀려 서브프라임에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은행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시장의 위기가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소비자에게 예금을 받는 시중은행)까지 확산되면서 신규대출을 억제하고 기존 대출금도 회수하려고 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가계부채 압박이 소비억제로 이어질 것이기에 부양책도 도루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전에 묶여 있어, 연방가용예산의 절반이상이 군사비로 쓰이고 있는 미국연방정부로서는 감세 이외에 특별한 수단이 없다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

미국에서 출발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이은 주가상승으로 대박을 꿈꾸던 중국 증시마저 30% 가까운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위기의 확산은 유가상승, 달러약화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지역의 자연재해나 우연적인 교란요인이 세계경제에 예기치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미국증시와의 상관관계가 적다고 여겨지던 곳까지 동반하락을 경험하면서 세계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소다.

착취의 고도화를 이룰 방법은 찾아질 것인가?

성장은 착취의 결과다. 높은 착취율은 고도성장을 뒷받침한다. 높은 착취는 한나라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국가와 무역, 혹은 자본투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미국은 낮은 상품가격으로 자국에서 노동력 재생산비용(임금)을 억제할 수 있고, 자본수출을 통해 높은 자본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고도성장의 이면에는 높은 착취를 실현할 계층, 혹은 지역이 존재한다. 50, 60년대 고도성장에는, 동북아 국가에서는 농촌의 저렴한 인력 공급이, 유럽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이민자들이, 그리고 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그런 역할을 해왔다. 특히 중국은 각국의 착취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는 주요한 국가 중의 하나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통한다.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선진국에 값싼 공산품을 판매함으로써 저물가에 기여하고, 넘쳐나는 자본의 투자처로 기능함으로써 세계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중국은 형식적으로는 아직도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으면서도 시장적 원리가 지배적인 경제구조를 갖는 기형적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압박은 중국공산당 지도부로 하여금 복지체제를 강화해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강화, 복지체제의 강화 등을 공언하게끔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포석이고 실제 그것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한편으로 빈부격차의 심화와 이에 따른 중국 노동자 대중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이기에 비록 노동조합을 통해 이를 적절히 관리하려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먹힐 지는 미지수다.
중국사회의 이러한 위기고조는 결국 90년대 말 이후 고도의 착취를 가능하게 했던 지역이 그 역할을 점점 위협받고 있음을 뜻한다. 세계경제의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본가에게 다시 꿈의 입지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과잉이 만연하고 있는 이때, 낮은 생산비용을 감당해 주는 그런 지역만으로는, 그런 계층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품을 사주는 또 다른 시장이 등장해야 한다. 중국과 인도가 아무리 인구가 많다하더라고 소비시장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높은 착취는 할 수 있어도 이를 돈으로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게 된 것이다.

위기의 세계경제와 노동자

미국의 노동자계급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접적 피해자다. 정부가 고양한 주택거품에 편승하다 파산한 가구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아직 고용시장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기업의 실적으로 이 영향이 곧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미국산업의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력은 미국노동자의 끊임없는 고용불안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할 노동자 대중투쟁이 얼마나 활발히 일어날 것인가는 기존 노동조합의 노사협조적 지도부에 대한 투쟁의 성과로 결정될 것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올해도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반노동자적 성격은 천하에 폭로되어 있고, 세계경제의 위기 심화 속에 국제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노동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이 소위 미국경제의 돈놀음에서 비롯되고, 은행들의 돈놀이가 부실해져서라는 사실이 계속 폭로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무덤을 파는 노동자의 각성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너무 넘쳐 쌓여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자본은 위기의 근원이자 그 위기를 평범한 사람의 고통으로 전가하는 주범이다. 이러한 주범과의 투쟁이 없는 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향해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광수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