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작성한 방송통신정책 로드맵, ‘세계일류 방송통신 실천계획’이 공개되어 미디어운동진영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 전국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실천계획’이 “오로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족벌언론들에게 방송을 쥐어주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실천계획은 여러 입법계획을 담고 있는데, 특히 각종 규제완화 계획이 문제시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며, 기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더 많은 유선방송국 소유를 가능케 해주고, 위성방송에 대한 외국자본과 대기업의 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것 등이 문제의 계획들이다. 모두 대자본들에게 방송분야에서의 이윤 획득 기회를 확대해주겠다는 것들이다.
그런데 실천계획이 의미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상파방송 소유제한 완화는, 이명박 정권의 KBS2, MBC 사유화 기도를 고려할 때, 사유화 현실성을 키우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실제 인수할 자금력과 의지가 있는 대자본의 방송사업 진출을 허용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공영방송 사유화를 추진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공부문 축소, 시장원리 확대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이고, 다른 하나는 공영방송의 비판적 기능을 거세하려는 정치논리이다. 한나라당은 오래 전부터 당론 수준에서 KBS2, MBC 사유화 주장을 펴왔는데, 이는 그들이 정권 창출에 연달아 실패하는 과정에서 반한나라당/반보수 정서를 보인 공영방송을 눈엣가시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가시를 뽑아내려는 듯, 취임 직후부터 노골적인 방송장악에 나섰다.
그런데 정권의 직접적인 방송장악과 방송사유화 추진은 얼핏 모순돼 보인다. 그러나 사유화는 공영방송이 허울뿐이더라도 걸쳐야 하는 최소한의 공공성마저도 눈치 안 보고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공익파괴에 앞장서온 한나라당에게는 최고의 방송장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방송사유화는 한나라당에게 신자유주의 강령의 실천이고, 방송장악은 그 교두보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자크 시락이 총리를 하던 1986년에 공영방송인 TF1이 사유화됐었는데, 이는 당시 좌파가 우세했던 TF1의 붉은 색을 빼기 위해서였다고 평가된다. 실제 사유화 이후 TF1은 점차 상업방송으로 탈바꿈하며, 시사프로그램이나 다큐 등이 방송되던 시간은 오락으로 채워졌고, 한 기자가 TF1이 소유한 브이그 그룹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좌절된 것 같은 사례들이 빈번해졌다.
방통위의 실천계획은 대자본의 방송장악에 길을 열어주려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의 방송사유화 추구는 맹목적인 신자유주의 추구와 공영방송의 비판성, 견제기능을 거세하려는 정치논리의 산물이다. 이명박 정권은 방송의 공공성을 파괴할 뿐인 모든 획책을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