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우향우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전면화되고 있다. 법인세 축소, 기업규제 완화! 철도, 가스, 전력, 물, 난방 사유화! 노동시장 유연화 법률 개정! 대운하 건설! 언론 사유화! 민간 의료보험 도입! 공교육 파괴와 사교육 시장확대! 모든 내용은 ‘비지니스 후렌들리’ 정부답게 일관되게 자본의 돈벌이 수단을 확대하고, 노동은 유연화하는 방향이다. 이중 공공부문에 대해 정부는 당초 구조개편 방안을 5월 말에 발표하고 6월 중순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의 영향으로 발표 시기를 6월말로 연기했고, 7월 이후로 연기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회공공성 영역 중에서 주요 기간산업 중의 하나인 철도의 경우 친환경적이며 대량수송이 가능하고 지역과 계층을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이용되어야 할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에서 운영과 시설을 분리하여 운영부분 민영화를 추진했다. IMF 이후 7천여 명을 감축했고,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한 인력 중 3천명 정도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외주용역화 했다. 2004년 철도공사 출범 시, 막대한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떠안아 공공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공익서비스보상(PSO)이 필요한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할인제도가 폐지 또는 축소되어 왔다. 이후 철도 사유화가 계속 추진되면 철도운임 인상, 소외지역 배려 폐지 등이 예상된다.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개편에 맞서 민주노총은 ‘사회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다양한 대중집회와 파업전술을 결합한 총력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각 산업별 주요 노조들도 상급단체의 투쟁계획과 함께하면서 사업장 안에서의 구조조정 저지투쟁도 하고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또는 사회공공성 강화라는 투쟁과제는 단위노조로는 물론 노동운동 진영만의 투쟁으로는 결코 승리하기 어려운 투쟁과제이지만 아직 일반 국민 대중으로부터 그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받거나 적어도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전선만이라도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불과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 20%를 기록하고, 수 만 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에서 중고생들조차 주저없이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상황은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투쟁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대통령 소환 제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현재 촛불시위 국면이 초헌법적(혁명적)으로 전환되어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권력구조가 개편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 5년의 임기동안 끈질기게 추진될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투쟁할 전열을 가다듬고 이번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에 대한 대중적 투쟁열기를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은 90%에 육박하는 반면, 한미 FTA반대 여론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중요한 문제다. 촛불집회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의 소를 수입하지 않도록 승리한다 해도, 그 후에는 연일 수 만 명이 참가하던 촛불집회는 급속히 정리국면으로 접어들 것이고, 다른 반신자유주의 투쟁과제들은 다시 운동단체들이나 노동조합들만의 투쟁과제로 왜소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광우병 투쟁이 한반도 대운하 반대투쟁을 경유하여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포함하여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전반을 아우르는 한미 FTA 반대투쟁으로 발전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우리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할 때마다 일반국민의 냉소적 태도에 섭섭한 마음을 갖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섭섭함이 이기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정당한 요구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 또한 자신의 생존권과 당장은 직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회공공성 의제들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투쟁에 동참해야 한다. 요즘 촛불집회에 참가하다보면 내가 소속된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참가 정도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조합원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수준과 연대의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절실하며, 그 과정에서 활동가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한편 아직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1990년대에 운동권조차 \"민영화는 찬성하지만 국민주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던 것처럼, 과학적 논리로 무장하지 않은 투쟁은 결코 승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퇴보적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자칫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국가소유 공공부문 일자리를 지키려는 소극적인 노조운동으로 머물지 않고, 공공부문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개입과 통제를 강화하고, 나아가 소유관계와 국가의 성격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