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문제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지난 6월19일의 특별기자회견에서 자기 입으로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한미FTA 사이의 불가분한 관계를 폭로했다. 이대통령은 “한미FTA 비준이야말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의 하나라고 판단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한미FTA)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조속한 한미FTA 성사를 위해 국민의 먹거리 안전은 염두에 두지 않고 졸속 쇠고기 협상을 했다는 의혹과 불만에 맞서, 하루라도 빨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이대통령은 수시로 경제위기상황임을 강조하며, “경제에 부정적”인 촛불시위의 중단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국민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이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경제위기론과 한미FTA 조속 비준론, 국민통합론을 공세적으로 펴는데, 이에 대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진보정당, 민주노총 등의 대응을 보면, 기존의 광우병 위험과 보호체계의 미비에 대한 선동만 반복할 뿐이다. 이대통령은 한미FTA만 발효되면 34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GDP(국내총생산)도 10년간 6%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농업․서비스부문 완전개방으로 인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실업과 무한경쟁의 고통으로 내몰리고,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노동구조조정이 닥쳐 노동유연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등의 당연히 해야 할 선전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한미FTA 국회비준 반대를 아예 요구사항으로도 걸지 않고 있다. 대책회의가 7월5일 청와대에 방문하여 전달하려고 했던 건의문의 5대 요구와, 2일에 총파업을 실시했던 민주노총의 4대 요구에도 한미FTA 비준 반대는 아예 빠져있었다. 광우병 문제로 시작했지만 촛불시위는 그동안 비교적 개방적인 면모를 보이며 의제를 확장시켜왔다. 이런 조건 가운에서도 대책회의, 민주노총 등은 한미FTA 비준 반대를 아예 제기조차 안 해왔다. 대운하 반대, 언론장악 규탄 같은 의제들은 꼭 챙기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태는 작년을 돌이켜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한미FTA저지 범국본에 참여했던 많은 단체들이 역시 대책회의에도 들어가 있는데, 이들은 작년까지 자신들이 했던 투쟁을 몽땅 잊어버린 듯하다. 그리고 금속노조가 한미FTA저지 총파업까지 벌렸던 민주노총, 역시 문성현 전 대표가 단식까지 하며 한미FTA 저지에 당력을 쏟았던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7월1일 국무회의에서 한미FTA안이 재의결된 상황에서조차 언제 반대했냐는 듯이 한미FTA 비준 반대투쟁을 방기하고 있는 운동진영의 행태는 기회주의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국면전환을 노리는 이명박정권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정면에서 깨부수기 위해서,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완성을 꾀하는 반노동적 한미FTA 비준 반대를 위해서는 먼저 운동진영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하루빨리 극복돼야 한다. 진정성을 회복하여 한미FTA 반대투쟁을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