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하고,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는 일부만 유죄로 판단했다.
삼성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회사들에게 천문학적 손해를 가하고, 막대한 규모의 차명계좌 운용을 통해 금융거래질서를 위반함과 동시에, 막대한 규모의 세금을 포탈한 이건희 전 회장 등 삼성그룹 경영진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실상 총체적인 면죄부를 발부한 재판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의 범죄에 대한 봐주기 판결들을 통해 사법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던 사법부는 드디어 한국의 재벌총수 일가가 치외법권 지대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이는 법원 스스로가 한국의 사법부가 더 이상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삼성족벌은 ‘반국가 단체’이다
삼성재벌의 비자금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린 돈이다. 삼성SDI에서 하루에 17시간, 한 달 518시간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에 과로사로 죽어간 노동자, 기만적인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쫓겨난 수천, 수만 명의 삼성계열사 노동자들, 그리고 일하다 다쳐도 정상적인 치료는커녕 소모품처럼 삼성중공업에서 쫓겨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기흥, 온양 삼성반도체에서 23살 꽃다운 청춘에 왜 죽어야만 되는지 모르면서 백혈병으로 죽어 간 황유미씨, 병원 무균실에서 하루하루 죽지못해 살아가는 박지연 여성노동자의 피와 땀, 그리고 분노와 한이 담겨있는 노동의 가치인 그 돈으로 이건희는 불법비자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고위공직자, 판검사 등에게 뇌물로 사용해 법과 원칙을 타락시키고, 이 나라 국민의 삶을 돈의 노예로 전락시키며, 노동자들에게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다. 이건희 일가를 위한 사조직인 전략기획실(전 구조조정본부)은 이 사회와 이 나라를 돈으로 말아먹은 반국가 단체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온갖 불법비리와 개똥철학도 없는 무노조경영을 위한 불법적인 노동자 탄압의 주범인 이건희를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근 1세기 동안 특혜와 정권차원의 유착을 통해 치부를 하였고, 국민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지금의 재벌로 성장한 것이 바로 삼성족벌이다.
지금의 삼성재벌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노동 착취를 당했는가? 지금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으로 얼마나 많은 개인의 삶과 가정이 파탄나고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가?
싸움은 지금부터이다
이제야 비로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계기가 되어 근 1세기동안 썩고 썩은 고름이 악취를 풍기면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삼성 이건희재판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삼성 노동자들 그리고 양심적인 시민사회 단체들은 삼성족벌의 온갖 불법비리 노동자 탄압을 끝장내기 위해 “즉각적인 이건희 구속과 반자본 투쟁”을 요구하며 삼성족벌의 비리와 노동자 탄압에 맞선 끈질긴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삼성특검과 이건희재판을 통해 성과가 있었다면, 그것은 돈과 권력이 없는 다수의 국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록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돈과 권력에 짓눌려 하루하루 살아간다지만,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 땅의 민중들의 마음이 하늘의 철퇴가 되어 삼성족벌의 죄악을 세상에 폭로하고 응징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은 민중의 심판을 무서워해야 할 것이다. 그 무지렁이 민중들이, 노동자가 못난 세상을 바꾸어왔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