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기 민주노총의 핵심 과제=반독재 국민전선 강화?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정권에 저항하는 거대한 반독재 국민전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으로는 현 정부가 1%를 위한 국민수탈정책, 언론사유화, 공기업민영화 등을 고집하며 민생을 위기로 몰아넣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는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제안의 결과 10월 9일 민주노총을 비롯해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의 대표자들이 모여 민생민주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를 구성하기로 합의해 25일 출범식을 갖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큰 틀에서 민주주의와 민생에 대한 대안적 정책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가장 폭넓은 연대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민주당까지 포괄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구성된 이후인 20일에 열린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반이명박 전선에 적극 복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반독재 국민전선 강화를 현 시기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노동탄압 주역인 민주당과 손잡는 민주노총
그런데 국민회의에 참석한 민주당이 어떤 당인가. 그들은 지난 10년 간 철저하게 노동탄압에 열을 올리며 노동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 칼바람을 일으키고, 비정규직을 폭발적으로 확대시키는 비정규직 악법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민주당이다.
지금까지도 민주당의 반노동적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여당일 때 협상한 반노동적 내용의 한미FTA의 국회비준을 여전히 지지한다. 그리고 그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고 떠들면서도, 정작 비정규직 고용 제한기간을 2년 더 연장해 4년으로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결국 민주당 역시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르주아 세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이 반독재 국민전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은 자유주의 부르주아에게 투항하여 그들의 2중대로 전락하겠다고 자처하는 것일 뿐이다.
반독재 국민전선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어려움을 모두 2MB 탓으로만 돌리는 사고는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을 방해한다. 우선 2MB의 독재에 의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전반적으로 위기를 겪는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그리고 흔히 민주주의 후퇴의 주요한 사례로 현 정부의 KBS, YTN 등 방송장악 음모를 제시하는 것도 과장이다. 왜냐하면 이전 정권들에서도 정부의 의도에서 벗어나 국민의 이해를 최우선시하는 방송은 존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른바 민생의 위기라고 일컫는 비정규직문제, 청년실업,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인한 서민주거 불안, 물가폭등 등과 같은 문제의 원인이 모두 현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MB가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이미 우리나라 노동자들 중 9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되어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렸고,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든 청년들은 졸업 후에도 평균 11개월 가량을 더 구직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현실은 2MB가 만든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고통으로 몰아넣음으로써 끊임없이 자본의 덩치를 불려주고자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것이다. 이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반독재가 아닌 반자본 투쟁의 전선으로 나서자!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같은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과 연대해서는 결코 노동자들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 2MB보다 조금 더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진 부르주아 세력이 집권하게 된다 해도, 그들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할 뿐 노동자의 편이 될 수는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 및 실물경제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발생한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상황은 앞으로 노동자의 삶을 더 파탄낼 것이다. 이에 저항하여 노동자 계급이 주도하는 반자본주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이제, 반독재가 아니라 반자본 투쟁으로 노동자가 나서서 현실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