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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한국 금융을 파국으로 몰고 갈 금산분리 완화정책

최근 국제금융위기를 정책결정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신용 쓰나미”라고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의장인 그린스펀이 고해성사를 했다. 과거 “미국경제는 당신에게 빚을 졌다”고 칭송한 미 의회는 그를 세기적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아 죄를 추궁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시작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자유시장 사이클은 기름진 방탕의 바닷속에 침몰한지 오래다.” 미국 최고의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찰스 R. 모리스는 최근 저서 ‘미국은 왜 신용불량 국가가 되었을까’에서 미국이 겪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한마디로 금융위기를 맞아 자유방임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아울러 엄격한 감독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지난 9월 은행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했다. 이 경우 예금자 보호규제는 물론 자기자본 확충 기준 등 재무건전성과 투명성을 감독받게 된다. 물론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가 투자은행 업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당국의 규제를 스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금융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고, 영국도 122조원을 투입해 8개 은행을 국유화하기로 했다. 또한 G7도 모자라 G20이 모여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새로운 금융규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국가와 국제금융기구들이 현재의 금융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하고, 앞다투어 각종 규제책을 만들고 있는 시점에 유독 한국의 이명박 정부만이 오히려 규제완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지난 10월1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의결권 행사 가능지분 한도를 기존 4%에서 10%로 확대하고, 산업자본의 출자지분이 30%미만이거나 대기업의 사모펀드 출자지분이 50%미만이면 사모펀드(PEF, 편집자 주-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와 연기금은 금융주력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31일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1단계(PEF, 연기금의 은행지분 보유규제 완화)와 2단계(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규제 완화)를 한꺼번에 실시하고, 3단계(금산분리 폐지)만 남겨둔 것이다. 이는 이번 금산분리 완화방안이 종국에는 금산분리 폐지로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

의결권 지분 10%라는 것의 의미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편집자 주-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히 투자수익만 노린 투자) 정도로만 볼 수 있고, 은행의 실질적인 지배는 할 수 없는 정도라고 정부는 말한다.

하지만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더욱 더 많이 혼합되어가는 것이고, 한쪽의 위험이 다른 쪽의 위험에 그 만큼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모투자펀드를 통하면 재벌이 은행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금융주력자는 금감위의 승인만 있으면 은행 지분을 무제한 소유할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 재벌이 금융주력자의 조건이 되는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만 하면 은행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이나 국민적 정서상 아직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다는 애국적인 논리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가능성은 향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은 단순한 수익만을 올리기 위해 경제행위를 하는 일반기업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 금융선진국의 기본시각이다. 즉 실물의 사회간접시설이 경제를 작동하는 혈맥인 것처럼 금융은 경제를 흐르게 하는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라는 것이 금융에 대한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사회적 공공적 기능은 도로나 철도처럼 경제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의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금융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막대한 금융의 권력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금융의 위기가 자본주의 전체를 위기에 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금융기관의 위기에 볼모로 잡힌 정부와 국민은 막대한 세금으로 그들을 살려내야 한다.

마르크스가 말한 (과거의 노동산물인 기계,공장,건물 같은 실제자산이 아닌) 가공자본이 그야말로 자산거품을 만들어내어 하루아침에 실물위기로 전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인 것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과 많이 섞이면 섞일수록, 그 위기는 더할 것이다.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재벌은 그 속성상 끊임없는 이윤창출을 위해 은행에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지금처럼 일단의 재무적 투자만을 한 현재의 외국자본의 지배와는 달리, 은행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단지 재벌의 사금고로서의 역할을 하는 은행으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금이 기업의 무리한 확장이나 위험한 투자에 과도하게 동원되어,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이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되어 국내 산업전체가 재벌의 볼모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또한 GE의 번영과 몰락에서 보듯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화할 경우, 산업자본은 실물투자보다는 돈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산업자본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금산분리 완화정책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화려한 월가의 돈잔치가 끝나자 그 쓰레기를 전세계 노동자 민중들이 치우고 있다. 금융자본의 가공자본적 거품이 끝나자 실물은 또한 한줌 재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제 투자은행의 시대는 가고 있다. 펀드, 파생상품의 위험성과 허구가 드러나고 있다. 많은 모험적인 위험투자가 결국 산업을 황폐화시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부실화된 금융기관은 국유화하여 이번 기회에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지금 주택대출로 피해를 볼 많은 서민들, IMF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공포감에 쌓여있을 많은 평범한 대중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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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 금산분리 , 금산분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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