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8호]노동자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경기침체와 갈수록 커지는 노동자 민중의 생활고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의 충격이 국내로 전해지면서 이미 우리나라도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신규취업자 수는 11만 2천 명으로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노동자 중 88%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자금난으로 인해 도산의 위험에 처해 있고, 많은 기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할 태세다. 이미 9월까지 실업급여 신청자가 78만188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9만903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이는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용상황은 악화되는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 가량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초 ‘MB물가지수’라는 이름을 붙여 전체가구의 하위 40% 계층이 자주 구입하고 지출비중이 높은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의 물가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 품목들의 가격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즉, 물가 중에서도 필수적인 지출 항목인 생필품 가격과 교육비 및 진료비, 교통비, 통신료가 더욱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8월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는 5.6%, MB물가지수는 7.1% 상승.)

생계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올 들어 건강보험에서 지급된 급여비 증가율 폭이 감소했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몸이 아프더라도 웬만하면 참고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써서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 3/4분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실적이 2/4분기에 비해 증가했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높아졌다.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 있는 쪽방촌에는 하루 일거리를 구하기도 힘든데, 생필품 가격과 전기 및 수도 요금은 오르고 게다가 겨울철 생활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난방비 부담까지 겹쳐 기본생활 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10년 전 경제위기 때 급증했다가 그 증가세가 한동안 꺾였던 노숙인의 숫자가 9월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곳곳에 있는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숙인 및 쪽방촌 사람들의 숫자는 근래에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 민중에게 생색내며 건설사와 부유층 살리기에 매진하는 정부

그런데 정부는 심각한 수준인 노동자 민중의 생활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껏 서민생활 안정대책이라고 내놓은 것 중 주요한 것은 기초생활보장급여 지급 대상을 1만명 늘리는 데 2000억원을 투입하고, 실업급여 지급대상을 9만4천명 늘리는 데 3100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기초생활보장급여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의 상승률은 물가상승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최저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초생활보장급여마저 실질적으로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실업급여 역시 지급대상을 일부 확대한다 하더라도, 최대 6개월 동안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를 받는 현재의 수준으로는 실업기간 동안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라는 제도의 목적을 만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기껏 모두 합해 봐야 9000억원에 불과한 예산을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사용하며 생색을 내면서, 한편으로는 부유층의 세금을 수십 조 원이나 줄여주며 부자들이 이 돈을 소비와 투자를 위해 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정부는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에 9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도산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을 살려주려 애쓰고 있다. 또 정부는 수도권 72곳의 투기지역 중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해제하여 부동산 투기 심리를 조장하면서, 이것이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떠들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누리기 위해 생필품, 주택, 의료, 교육의 무상공급을 요구하자

노동자 민중의 삶이 피폐해져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것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물가가 상승하여 생계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인간다운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야만적인 삶을 거부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사회가 보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생활고를 해결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과 재화를 무상으로 공급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식료품, 전기 및 수도, 난방을 위한 석유·가스·연탄 등의 연료, 대중교통 수단 이용은 가장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다. 이와 같은 재화를 사회가 무상으로 공급하게 되면 저소득층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이 필수적인 재화·서비스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가 주택, 의료,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주택, 의료, 교육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이 세 가지에 지출되는 가계비가 전체 가계지출의 절반에 이르고 있으며,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갈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사회가 주택, 의료,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사회가 길거리와 쪽방촌을 전전하는 저소득 계층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아무리 중병이라도 비용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며, 누구에게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생필품, 주택, 의료, 교육의 무상공급은 노동자 민중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노동자 민중이 궁핍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의 현실을 상식적이고 당연한 요구를 제기하여 극복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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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 고용불안 , 무상교육 , 무상의료 , 물가상승 , 무상공급 , 무상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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