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지가 떴다. 세계화, 세계화 말도 많드만, 이른바 월드 와이드 거지, GM이 그 주인공이다. GM이 탐욕스럽게 집어 먹었던 세계 각국의 생산기지가 이제는 각국에 노골적으로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창구가 되었다.
GM은 스웨덴, 베트남,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각국에서 나라마다 수십억 달러의 구제자금을 요청했고, 대부분의 각국정부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미정부가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하면 각 정부가 GM을 먹여 살리는 형국이 벌어질 판이다.
어차피 GM주식을 갖고 있는 자들이나, GM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나 하늘 대신 각국의 정부가 어떻게 나올 지만 바라보고 있다. 나라가 다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오고 있다.
▲ 국제거지들 - 리처드 왜고너 GM 회장(맨 왼쪽) 등 '빅3' 자동차업체 대표들 |
노조의 지나친 요구?
이 와중에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게 역주행으로 빛나는 이명박정부는 얼씨구나 하고 한마디 거들기를 하셨는데, GM이 망하게 된 것은 노조의 지나친 요구를 경영진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리셨다.
노조의 지나친 요구가 우리식으로 하면 실업수당하고, 연금, 그리고 의료보험이다. 세계에서 제일 부자라는 미국에서 노동자로 사는 게 참 서글프다. 고작 경제규모 11번째인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도 누리는 고용보험, 국민연금, 직장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어서, GM이 거덜이 났다고 한다.
미국의 일반 서민들의 꿈은 지금 오바마다. 그런데 오바마가 약속하고 있는 전국민 의료보험은 사실 그 모델이 한국이다. 병든 딸 치료비가 없어 목졸라 죽이는 한국의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이라도 받는 것이 오바마의 꿈이다.
미국에서 번듯한 직장을 얻는다는 것은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하고, 실직은 의료보험을 낼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다. 미국민의 5,000만명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그런 사정을 반영한다.
물론 GM노동자들이 받는 실직수당과 의료보험 혜택은 미국의 평균노동자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이는 GM이 제 3세계에다 확보한 생산기지들에서 나오는 떡고물에 미국노동자도 한몫 낀 덕분이다.
세계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국가의 노동자로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의 상층에 편입된 것이 GM노동자들의 과거의 특혜이자, 지금의 실직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이래저래 봉이 된 미국노동자들
일각에서는 미국소비자들이 저축은 안하고 돈을 펑펑 쓰다가 이꼴이 났다고 한다. 미국노동자들의 저축률이 0%가 된 것은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 십수년 동안 소비를 확대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금리가 0%에 육박하는데 어떤 미친놈이 저축을 할 것이며, 부동산을 사면 집값의 100%를 거의 2,3%의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2,3년 기다리면 집값이 뛰어서 이자를 갚고도 돈이 남는데, 누가 저축을 하고 있을 것인가?
게다가 십수년간 미국의 실질임금은 거의 제자리였다. 미국은 가계부채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 전세계 경제를 떠안았고, 한국을 비롯한 수출국들은 미국에 물건을 팔아치우거나, 미국에 젓가락부터 와이셔츠까지 모든 걸 다 대주던 중국에 부품을 팔아서 먹고 산 것이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빛잔치를 조장하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나고, 고이율·고위험 상품으로 한껏 돈놀이에 재미가 들려있던 월가에 찬바람이 불어 닥친 것이다.
해고의 공포가 인천을 뒤덮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로서 상대적인 고임금을 누리고, 이명박이가 당선되고 민주노총 방문이 무산되자 대신 방문한 노동조합의 영광을 안은 GM대우 정규직 노동조합 노동자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1, 2, 3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처지를 사실상 외면한 채, 묵묵히 일만 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 불안한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다.
평소 저임금에 시달리다, 어떤 놈이 때린 줄도 모르고 얻어터지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신차개발이 중단되면서 이미 손을 놓고 있는 사무, 연구직 노동자들도 처지가 곤란한 건 마찬가지다.
GM대우는 1, 2차 휴업을 연달아 시행하고 있다. GM이 온전히 지탱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미 몇 달전 독일의 도이치방크는 GM의 미래가치가 "0"달러라고 판정을 내린 바 있다.
▲ 멈춰선 GM대우 - 1일 부평2공장의 조업이 중단되면서 공장 출입구의 왕래가 끊겼다 |
미국내 생산공장에서 6만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이미 발표를 했고, 해외의 생산기지는 각국 정부의 지원여하에 따라 유지가 되거나, 매각이 되거나, 폐쇄가 될 것이다. 이미 폐쇄된 공장도 나왔다.
결국 GM대우의 운명도 한국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 세계적인 추세는 앞서 말했듯이 정부가 다 먹여 살리는 것이다. 이미 휴업을 할 때 회사가 받는 고용유지지원금도 고용보험에서 지급되고 있고, 정부지원금도 우리가 낸 세금에서 나온다.
이제 GM은 사실상 경영주체로서 자격을 상실했고, 너도 나도 생산과잉이라고 하는 이때, GM대우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미친놈도 있을 리 없다. 남은 건 하나, 고용보험 착실히 내고, 세금 꼬박꼬박 냈으니 나라가 책임지고 먹여 살리라고 요구하는 방법이다.
노동자가 경영의 주체로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인천경제를 떠받들고 있다는 GM대우가 무너지지 않고, 노동자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GM대우를 국유화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로도, 6개월은 휴직수당, 3개월은 교육수당, 6개월은 실업수당으로 15개월은 어차피 나라가 먹여 살린다.
물건 팔아 돈 벌어 노동자가 임금 받을 수 있는 시장경제체제는 이미 작동을 중지하고 있다. 아니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했다가는 너도 나도 굶어죽게 생겼다.
자본가들은 현재 위기의 시장체제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능력이 없다. 이제 시장체제가 작동을 중지한 이 때 경영의 주체는 바뀌어야 한다. 나라가 노동자의 생존을 보장한다면, 노동자는 전사회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생산의 주체, 경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사무연구직, 정규직 모두의 GM대우의 식구들이 전 노동자들의 대표자, 공장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용보장과 사회의 생산력을 보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황의 시대, 시장경제 몰락의 시대에 응답하는 합리적인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