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를 빗대서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정권이라고 했다. 허나 지금 이명박정부는 파란불에 후진기어 넣는 운전기사다. 중앙선 침범에 일방통행 역주행은 기본이요, 운전면허가 살인면허다.
그 중에서 세상 사람들을 어이없고 질겁하게 만드는 것이 노동정책이고, 그중에서도 고용정책이다. 한편으로는 일자리 늘린다하고, 한편에서는 정리해고를 한다고 발표하니,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명박정부는 69개 공기업에서 약 1만94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정부는 총 278개에 달하는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른바 '경영효율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인력 구조조정 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기세다.
직원 줄이고 '알바생' 쓰는 게 선진화?
정부는 이번 인력 감축으로 1조1000억 원의 인건비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인건비 감축분은 공기업 인턴 1만 명을 채용하는 데 사용된다. 멀쩡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을 2만 명 가까이 자르고 그 돈을 '알바생'이나 다름없는 비정규직 1만 명을 늘리는 데 쓰겠다는 말이다. 비정규직 증가의 첨병으로 정부가 나서, 괜찮은 일자리를 바라는 언감생심 젊은이들에게 무화과를 날리고 있다.
정리해고 바람잡이로 나선 이명박정부
정부는 한편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공기업의 방만함을 이번 선진화 계획을 통해 바로잡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로서는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까지 불리며 커진 국민의 공기업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능 포기'를 용납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의 깃발을 들면서 사기업에서도 정리해고 바람을 잡아주었다. 이제 구조조정을 안하는 기업이 욕을 먹을 기세다. 이 추세로 가다가는 가능한 고용조정을 안하겠다고 하면서 립서비스를 하던 사용자들도 맘을 고쳐먹을 것이다. 해고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의 혼란은 막다른 길에 들어선 자본주의의 혼란
이명박정권이 이렇게 혼란에 빠진 것은 자본가 전체의 정신 나간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인원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이 개별자본에게는 이윤을 높이는 것이 확실한데, 그 짓을 앞뒤 안 가리고 십년을 몰아쳤더니, 세상이 공황으로 접어들었다.
고용을 늘리지 않으면 소비가 회복이 안 되고, 고용을 유지하자니 기업이 넘어가게 생겼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그저 무식한 놈이 장땡이라고 밀어붙이고 보자는 것이 이명박의 전략이고 정책이다.
지금 각국이 수십년전 국가재정을 통해 수요를 창출해 장기호황을 맞았던 때를 기억해내고, 수요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구제방안을 쏟아놓고 있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면 경제위기가 애초에 오지도 않았다. 기업가 의욕을 높이려면 임금이 싸야하고, 임금이 싸지면 물건을 사줄 사람이 없어 안 팔리는 이 모순이 이제 극에 달하고 있다.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해 벌어들인 돈에 입 벌리고, 수작부리는 자들이 이제는 종류도 다양하다. 땅주인부터, 은행, 주주, 채권자, 펀드 판매한 증권사, 투자은행, 펀드구매자까지 줄을 서 있다. 그리고 이 공황의 순간에도 어느 누구하나 손해 볼 생각을 안 하고 있다. 그러니 기업이 돈 잘벌고, 노동자 임금 올라가고 덩달아 내수시장도 팽창하는 좋은 시절은 애초에 다시 오기 글렀다.
노동자로 갈 돈은 노동조합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은근슬쩍 돈놀이에 이골이 난 자들에게 흘러간다. 그 판에 한몫 껴 보려고 펀드라도 샀던 자들은 대부분 쪽박을 찼지만, 아직도 원금 찾을 기회만 엿보고 있는 자들이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기업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2, 3년 안에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손절매(손해보고 파는 것)를 각오하고 있는 자들이 결국은 금융대란을 또 한 번 몰고 올 기세인데, 어떻게 고용을 유지하고 주가하락을 버틸 것인가?
노동자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가능케 할 사회를 위해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는 사기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즉 필요에 의한 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공기업이다. 그리고 그 공기업이 민주주의가 없으면 계속해서 비효율과 부패를 낳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공기업이다.
물론 공기업은 개혁되어야 한다. 민주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공개되어야 하고, 모든 것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사회가 통제해야 하고, 해당기업의 노동자가 통제해야 한다. 그것이 공기업이 서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고, 혜택의 소굴이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 공기업의 사장은 노동자에 의해 선출되고, 노동자들이 경영의 주체가 되고, 수요자인 시민들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공기업을 넘어 전사회가 그렇게 운영되어야만 시장에는 물건이 넘쳐도 빈곤이 만연하는 공황을 이겨낼 수 있다. 그것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인 것이다.
사회에 권한을 주고, 책임을 주고,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제도, 사회주의가 그 답이다. 사회주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