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세계자동차산업의 위기, 즉 판매부진과 수익성 악화, 다수 업체의 적자구조로의 침몰은 직접적으로는 세계공황으로 인한 세계적인 소비위축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산업의 구조적인 과잉설비 때문이다.
세계적인 소비위축은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특히 극심하다. 작년 11월, 12월 자동차 판매가 전년동월대비 36.7%, 35.6% 줄어든 74만8천대, 89만1천대로 금융공황이 터졌던 9월부터 네 달 연속으로 100만대를 하회했다.
그동안 호조를 보여왔던 소형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는데, 미국시장에서는 9월부터 두 자리 수 이상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해, 11월에는 전년동월대비 27.2% 줄었다. 공황의 충격이 차종을 가리지 않고 뻗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공황 상황에서 다른 산업보다 유난히 자동차산업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바로 구조적인 과잉설비라는 고질병을 자동차산업이 앓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과잉설비의 문제점을 노출한 세계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생산능력-판매대수)은 1990년에는 1,300만대 수준이었고, 2001년에는 2,300만대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09년에는 판매부진과 건설 중인 공장들로 인해 2,9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과잉설비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가동률은 60~70%대(정상수준 80%, 쌍용차는 50%수준)에 머물러왔고, 유휴설비에 투자된 자본의 현금화가 막힘으로써 투자금 회수와 수익성이 악화돼왔다.
세계자동차산업의 과잉설비가 계속 증대해온 것은 근래에는 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시장(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증설 경쟁 때문이다(특히 경쟁적인 현지공장 건설).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경쟁자의 시장을 가로채려는 자본의 근시안적인 탐욕과, 서로간의 파괴를 부르는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시장경제가 과잉설비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시장의 탐욕과 무한경쟁은 건설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설비의 유휴화와 폐기, 그리고 결국 노동자로의 부당한 고통 전가를 야기하며, 쌍용차 위기도 이러한 시장실패의 결과인 것이다.
한편 쌍용차는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성장을 위해 희생되기도 했다. 20여년간 합작생산만 하던 상하이차는 쌍용차로부터의 기술 유입을 통해 자체 브랜드의 신차(Rowoe)를 출시하고, 쌍용차와 중복적인 생산의 규모를 빠르게 늘리며, 포춘지 선정 500대 글로벌 기업에 선정되는 등 급성장했다. 판박이차를 생산해내게 된 상하이차로 인해 쌍용차는 더 생산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엄청난 비효율과 낭비, 그 뒤처리를 노동자가 전부 떠맡는 것.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장이 만들어내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