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의 무장 저항세력인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자위권 발동’이라며 시작된 공격이지만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1300명 이상인 데 비해 이스라엘 측의 사망자수가 13명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무장투쟁의 당사자인 하마스 구성원보다 민간인 희생자의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은 이 참극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라고 자주 표현되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인 학살’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이 같은 사건은 이미 중동 지역에서 일상적인 것이다. 2006년에는 레바논에 대한 공습이 똑같은 경로로 일어났고 그간의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땅 또한 엄청나다.
시오니즘을 근거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국가를 건설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행동으로 지금까지 수차례 중동에서 대규모의 전쟁이 일어났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부터 내쫓겨 정착촌을 건설해야 했으며 그마저도 이스라엘에 강경파 정권이 등장하면 이번 공격과 같이 끊임없는 생존 위협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팔레스타인 민중이 완전한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무장 투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지지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것처럼 ‘분쟁’의 원인이 일방적으로 하마스의 과격 무장 투쟁에 있다는 것은 학살자의 자기정당화 논리에 불과하다. 가자지구에서는 75만여 명의 사람들이 구호물자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구호를 위한 건물에도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참극의 주범이 이스라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2차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당했던 것보다 나을 것이 없는데도 그들이 그만한 짓을 계속할 수 있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동네 깡패짓’과 학살은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인 공황으로 자본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패권의 몰락을 광포한 군사력의 사용으로 저지하려 한 것이 이라크 침공을 비롯한 일련의 강경한 제국주의 정책들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또한 주변 국가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할 수 있었다. 이번 팔레스타인 공격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제국주의 협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있을 무렵 미국에서는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가운데 오바마가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라크전을 반대하며 ‘평화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구축, 강경한 제국주의 노선을 취했던 부시와 자신을 차별화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이지만 본질적으로 부시와 다를 수 없고 그럴 의사도 없을 것이다.
이미 그는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하여 무차별 폭격을 퍼부을 수 있는 이스라엘이, 로켓포와 박격포를 수십 발 쏘았을 뿐인 하마스의 공격에 대하여 발동한다는 ‘자위권’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취임 전까지 이번 공격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취임 직후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협상이나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지만 그가 내놓을 중재안 혹은 대화의 내용도 이미 내다볼 수 있다. 그가 취임 전에 설정한 미국의 외교목표가 이미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능력을 강화하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해체하는 것인 까닭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부시와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는 오바마의 새로운 미국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최초의 흑인 대통령', '평화주의자'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오바마의 주변에는 유대인 로비스트들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중동에서의 참극을 일으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질이 교체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오바마는 더 교묘한 방법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완수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기대를 접어두고 전 세계 민중들이 더욱 단호한 반제투쟁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