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공지가 떠 있다. ‘사회주의당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토론회’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공동토론회’가 그것이다. 그리고 양 토론회에 공히 주최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비모임(이하 사노준)’이다.
한쪽에서는 사회주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토론회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자계급정당을 만들겠다고 토론회를 하는데, 주최가 같다면 이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누군가는 노동자계급정당이나, 사회주의 정당이나 같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는 있겠으나, 사노준 창립대회에서 두 안이 표결까지 갔다고 전해오는데, 그런 논리는 표결에 참여한 사람들을 정신분열로 모는 것이다.
만약 사노준이 누가 보아도 사회주의세력이라 볼 수 없는 ‘노동자진보정당건설추진위원회(이하 노건추)’와 사회주의정당건설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저 그 오지랖 넓은 정치적 재조직화에 대해 감탄할 뿐이다.
결국 노동조합 관료들의 정치적 재조직화인가?
사노준이나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나 모든 정파들이 한결같이 새로운 정당건설은 정파 간의 테이블을 통해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정파이건, 현장조직이건, 토론회를 통해 모으고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사회주의정당 건설은 질의 문제다. 즉 조합주의적 실천, 경제주의적 실천에 머물러 있는 노동운동을 정치활동, 반자본주의 실천역량으로 끌어올리는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조합주의, 경험주의와의 투쟁이 강조되고 사회주의 정치실천 역량을 여하히 육성하는가가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성찰이 없는 곳에서 항상 제기되는 방식이 일단 모아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노건추와 함께하는 토론회는 중앙파 관료들과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함이고 사노련과의 합의는 현장에서 주변화된 활동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그리고 두 토론회가 한 조직에 의해 병행되는 것은 양쪽의 합의를 이끌어 최적의 성과를 내보겠다는 발상이다.
그들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당 건설의 과정을 “고립 분산된 상태에서 각개 약진하는 계급적 제 정파들을 정치적으로 재조직화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당 건설을 노동조합 관료들의 정치적 재조직화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말잔치로 일관하는 사노준의 위선이 드러나다
아직도 자신들이 건설할 정당을 비제도적 투쟁정당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사노준(노힘)은 “부르주아 정치체제 안에서의 활동은 오직 부르주아 정치체제 자체를 전복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서일 뿐이다”라고 의회활동에 대한 자신들의 방침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노준과 전국토론회를 공동개최하는 노건추는 출범회의를 통해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의 통일을 언명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에서 진행했던 선거정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다.
이런 상태에서 사노준이 노건추와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토론을 조직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의회정치를 경멸하고 있지만 과거 경험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도 없이 의회정치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것이다.
비제도적 투쟁정당이라는 말은 천하태평한 논리다. 우리운동의 최근 경험, 즉 민주노동당 안에서 실험되었던 각종 제도적 장치의 실패나 구체적 경험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세우려는 노력 없이 한마디만 규정하면 된다.
“비제도적 투쟁정당!” 그저 말잔치로 일관하는 사노준의 의회정치 비판은 그래서 공허하다. 그리고 이번 공동 토론회를 통해 의회정치를 정치적으로 재조직화 하려는 그들의 꼼수가 밝혀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