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지뢰를 밟은 것에 비유한다면, 상하이차의 먹튀경영은 지뢰를 밟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지뢰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여기저기 지뢰가 깔린 전쟁터로 변모시킨 힘은 바로 ‘자본주의’이다.
현재 쌍용차만이 아니라 GM, 크라이슬러를 필두로 세계적인 자동차업계들이 대부분 위기를 겪고 있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산업이 전반적 위기에 빠진 것은 경제위기로 소비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만성적인 과잉설비 상태가 본격적인 과잉생산위기로 격화됐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자동차산업의 총생산능력 9,400만대 가운데 36%인 3,400만대 정도가 생산과잉인 것으로 추정된다(Business Week, 2009.1.12). 만성적인 생산과잉으로 그동안 자동차업계는 격렬한 판매경쟁을 벌여왔는데, 이제는 서로 피를 뿜어내는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과잉설비는 저마다 매출을 늘리려는 이윤추구욕과 시장경쟁이 낳은 것이다. 그리고 수요붕괴는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파는, 그래서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이 보장되지 않고 해고와 임금삭감, 가계파산이 끊이지 않는 현실의 반복되는 결론이다.
우리는 임금노동과 이윤추구, 시장 등등을 모두 일컬어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 자본주의가 바로 쌍용차 위기의 핵심축이고 배경인 것이다.
기술력 확보, 생산성 향상이 대안인가?
상하이차의 먹튀경영 때문에 신차 출시가 안 돼왔고, 일시적으로 시장경쟁에서 뒤쳐진 게 문제의 전부라면 즉각적인 경영구조 정상화와 신차 출시, 그리고 장기적인 기술력 확보와 생산성 향상이 쌍용차 회생을 위한 최선의 방향일지 모른다.
소비자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 그리고 신차를 저렴하게 내놓을 생산성만 담보된다면 독자생존도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쌍용차의 장점은 디젤엔진과 하이브리드에서 쌓아놓은 기술력이다.
그런데 진정한 문제는, 투기자본이 경영한 쌍용차뿐만 아니라 “건전한” 경영진이 성실히 일해왔던 다른 업체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고,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한 기술개발과 생산성 경쟁, 정부지원 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단사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것들이 산업 전체적으로는 비합리성을 낳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차산업이 이러했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1980년대부터 과잉설비의 문제를 드러내왔고, 과잉설비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꾸준히 확대돼왔다.
이는 신차 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설, 생산성 혁신, 각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려는 지원, 이런 자구책들이 쌓이고 쌓여서 자동차산업의 숨통을 조르고 있는 대규모의 과잉설비를 낳은 것이다.
이제 통상의 방법으로는 어림없다.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 대규모 정리해고는 쌍용차가 처한 상황, 적장생존 시장논리의 필연적인 결론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재편 전망과 시사점」)에 의하면 쌍용차는 탈락가능한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무엇이 대안인가?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확실성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아보려고 아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 운영원리의 변화와 국유화, 노동자통제가 대안이다.
자본의 이윤논리가 우선하는 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배겨낼 방법이 없다. 회사가 먼저 살아야 한다고 인건비 절감이 우선이라고 작정하고 덤벼드는데, 노동자마저 이윤논리에 사로잡혀있다면 답이 없다.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삶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자본이 이를 책임질 수 없다면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민의 삶과 안정을 책임지는 게 국가의 본분 아니냐고 외쳐야 한다. 또한 고용안정자금, 공적자금 투입을 주장하는데 국민의 세금을 상하이차에 갖다 바칠 마음이 아니라면 국유화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 세금으로 운영된다면 당연히 국민의 소유가 돼야 한다.
그리고 국유화를 생산에서의 운영원리를 변화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시장의 구매력을 초과하는 과잉설비가 항시 존재하는데 이를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정부가 친환경차, 장애우차 공급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 공공수요를 창출하고, 쌍용차는 공공목적용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원리의 변화, 즉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삶 우선과 필요를 위한 생산은 노동자가 경영의 주체로 나서지 않고서는 담보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자통제 요구가 노동자의 대안에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가 책임져라”, 국유화, 운영원리 혁신, 노동자통제라는 노동자의 대안 없이 정리해고 분쇄는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이들 대안적 요구들은 같은 공장,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공동으로 함께 요구, 투쟁할 때 가치를 갖는다.
이들 요구들은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것이지 누구만이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진정 노동자 대안을 주장하려 한다면, 이들 요구들의 보편적 성격에 맞게 노동자 자신의 조직도 노동조합 틀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획득해야 한다.
즉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 할 것 없이 한 공장,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 노동자 총단결의 기구인 공장위원회를 건설해야 한다.
한편 공장위원회는 총단결의 기구인 동시에 노동자통제 기구이기도 하다. 현재의 노동조합은 쌍용차 전체를 포괄하는 대표체가 될 수 없지만, 노동자 전체를 포괄하는 공장위원회는 진정한 대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스스로 경영의 주체가 되는,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 총단결 투쟁할 수 있는 공장위원회를 즉각 건설하자!
편집자 주 - 해방연대(준)은 지난 3월28일 서울역과 4월6일 GM대우 부평공장에서 사회주의 정치실천의 날을 개최했다. 서울역에서는 용산재개발 강행 규탄과 공영개발·토지국유화 대안을 선전했고, 부평공장에서는 GM대우지부의 전환배치 합의를 폭로하고 자본·정부와의 투쟁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4월15일에는 사회주의정치「실천」1호를 발행해 쌍용차 평택공장에 배포했다. 「실천」은 사회주의 정치실천의 날에 맞추어 발행하는 선전물의 새 이름이다. 우리의 ‘실천’이 일회적이 것이 아닌 당건설을 향한 멈추지 않는 실천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함이다. 해방연대(준)이 실천의날을 통해서 주장했던 용산참사와 자동차산업 위기에 대한 입장들을 이곳에 재수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