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서울 보신각 옆에서는 이채로운 집회가 열렸다.
“쌍용, GM대우자동차 국유화하라!”
“노동자 생존권 국가가 책임져라!”
“노동자통제, 공장위원회로 구조조정 분쇄하자!”
“자본주의 철폐하고 사회주의 건설하자!”
참가자들은 어느 집회에서도 쉽게 듣기 힘든, 들을 수 없는 구호들을 함께 외쳤다. 그들은 “야만과 빈곤의 자본주의를 보내고 새로운 사회주의로!”라고 적힌 새빨간 조끼들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노동해방실천연대(준)(이하 해방연대) 회원들이었다.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서 사회주의? 이명박이 대통령질 하는 대한민국에서, 심심치 않게 국가보안법 사건이 터지는데 나름 용감한 행동이다. 집회 장소 옆에는 전경버스 3대가 줄지어 서있었다.
그런데 해방연대 회원들이 무슨 사회주의 깜짝쇼를 벌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경제위기, 고용위기, 생존권 위기의 시대에 사회주의, 사회주의정당 건설이 절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해방연대는 작년부터 ‘사회주의 정치실천의 날’을 정해 자본주의 모순이 드러나는 곳에서 사회주의 선전, 선동을 해왔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대해서 해방연대는 일찍이 “고용안정을 정부가 책임져라”, 국유화, 노동자통제, 공장위원회 건설이라는 대안을 제출해왔고, 이를 GM대우 부평공장과 쌍용 평택공장에서 선전해왔다. 그리고 22일, 보신각 옆에서 ‘쌍용·GM대우자동차 국유화 촉구 집회’를 연 것이다.
“매출의 10%도 안 되는 노동자 임금 줄여서 해결 못 한다.”
집회는 해방연대 이태하 대표의 발언으로부터 시작했다. 이태하 동지는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도 나라가 백성에게 책임을 지었다고, 지금 국민들의 삶이 너무나 어려워 애를 낳지 않는 “출산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동차산업은 엄청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과잉설비로 놀리고 있다고, 이를 “사회가 바라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그래야 “노동자도 살고 지역 주민들도 산다”고 말했다.
이어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공장의 운영에서 자본가들은 손을 떼어야 한다”, “무능력한 자본가 대신 노동자가 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이영수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도 참석해 발언했다. 이영수 동지는 GM대우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학살과 GM대우 경영진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폭로했다. 지금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동지의 발언은 무거웠다.
“비정규직이 1,300여명인데 900여명한테 무급휴직을 때렸다. 언제까지 휴직이 계속되는지도 모른다. 기약 없이 거리로 내몰렸다. 차라리 해고시키면 실업수당이라도 받는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요즘 쌍용차 문제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하지만 비정규직이 쫓겨나는 것에는 아무 말도 안 한다. 부평에서 보궐선거가 진행 중인데도 비정규직의 ‘비’자도 말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다.
최근 GM대우의 제무재표가 공개됐다. GM대우는, 대우차가 겨우 5,000억원이라는 헐값으로 넘겨졌는데, 매년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왔다. 그리고 2008년에도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파생금융상품에서의 손실이 2조원이라고 한다.
파생상품이라는 것이 하나가 손해보면 하나가 이익보는 것이다. GM대우 노동자들은 2조원의 손실이 GM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매출이 14조인데 2조원 되는 적자를 보았다. 경영진이 책임지고 떠나야 한다.
GM대우 매출 14조 중에 10%도 안 되는 노동자 임금 줄여서 (경영위기를) 해결 못 한다. 나라가 고용을 책임을 져야 한다.”
집회에 함께 해준 노동해방철거민연대 김혜자 동지와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오민규 동지도 연대발언을 해주었다. 용산참사의 배후에는 막대한 개발이익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자본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김혜자 동지는 철거민을 짓누르고 탄압하는 자들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자들과 다르지 않음을, 따라서 함께 연대해서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안별 투쟁을 따로 할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여,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래야만 자본을 넘어 노동자 민중이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오민규 동지는 정부가 노동자 민중의 삶을 책임질 것을 주장하는데 그 재원은 어디서 나와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던지며, 재벌이 금고에 쌓아놓고 있는 수백 조의 사내유보금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왜 사회주의자의 독자적 실천인가?
해방연대가 투쟁의 당사자도 아닌데 먼저 나서서 쌍용·GM대우자동차의 국유화를 촉구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회주의 실천에는 원래 이런 면이 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 투쟁하며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한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인간의 생존, 존엄성과 충돌하는 모든 사안에 대하여, 사회주의자들은 자신의 입장과 대안을 제시하며 주체를 조직하고 투쟁한다.
우리는 쌍용과 GM대우 노동자의 위기가 자본주의의 문제와 결코 분리된 게 아니라고 본다. 이윤추구가 고용보장보다 우선하는 자본주의 체제라서 경제공황 때면 정리해고, 구조조정이 되풀이된다. 노동자들의 회사경영에 대한 참여와 통제가 보장되지 않고, 소수의 자본가가 다수의 노동자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경제공황이 되풀이된다. 따라서 탈위기의 대안도 자본주의를 극복해가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끈질기게 알려내고 때로는 직접 선두에 서서 요구하고 투쟁할 것이다. 이는 또한 우리가 사회주의 정치실천의 날을 여는 취지이기도 하다. 실천의날에 많은 사회주의자, 노동자 동지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