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에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용산철거민 5명이 사망한 지 벌써 백여일이 넘었다. 용산살인진압은 한국사회에서 주거권·생존권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지 분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철거민들은 주거권·생존권에 근거해 정당한 투쟁(어떤 권리가 정당하다면 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역시 정당하다)을 벌였으나, 이에 대한 응답은 즉각적인 경찰특공대 투입이었고, 그 결과로 다섯 명이 희생당했다. 공권력이 주거권·생존권이라는 기본권을 부정한 것이다.
그 날은 철거민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 살해당한 날이기도 했다. 이는 우리가 용산참사를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이유이다. 용산참사 해결없이 주거권·생존권 확립도 있을 수 없다.
짓밟히고 있는 우리의 주거권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유엔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기본권으로 주거권을 권고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고, 이 정당한 욕구는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주거권 즉, 헌법상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에서 하위소득계층과 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는 소외돼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움막, 동굴 등에 사는 이들의 수가 11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전국 가구 가운데 13%인 206만2천 가구가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실태보다 축소된 추정치일 뿐이다.
또한 “국가는 (주거·도시)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폭등, 강제철거, 도시혼잡 등을 부추긴다.
한국의 땅을 다 팔면 캐나다 땅을 두 번 사고도 남는다고 한다. 집값 상승으로 한국 주택보급률이 108.1%인데도 도시 자가보유비율은 겨우 52%이다. 나머지 도시인구는 무주택자인 것이다. 그리고 용산살인진압에서 보듯이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의 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심각한 점은 주거권 보장의 주체인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옷과 음식과 집 없이는 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는 점에서 이것들에 대한 요구는 인간성을 보존하는 정당한 권리이다. 그리고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무권리상태로의 전락이 경제위기와 기업·가계파산, 열악한 고용기회와 소득분배 등의 사회변동, 사회구조가 야기하는 빈곤과 실업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사회는 생존권 보장의 책임을 갖는다.
국가는 생존권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는 자신의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고, 생존권 요구에 대한 폭력탄압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가가 주거권·생존권을 책임져라!
토지, 주택이 이윤추구의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주거권이 짓밟히는 핵심이유는 토지와 건물이 단순히 주거와 생계영위의 목적으로만 이용되지 않고 소득창출과 자산증식의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임대료를 받고 재산을 불리기 위해 토지와 주택을 생계영위나 주거의 필요 이상으로 소유한다.
이처럼 토지와 주택이 투자(투기)의 대상이 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가격이 오르게 되고, 소수 지주가 다수 주택을 소유하면서, 가난한 이들은 세입자·무주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상위 1%가 토지 50% 이상, 상위 100인이 1인당 주택 150채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한편, 건설회사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고소득자를 상대로 한 값비싼 주택이나 대형상가 건설 등을 선호한다. 살기 좋고 편리한 곳은 부자들의 성, 부자들을 위한 쇼핑·오락 공간으로 채워지고, 빈민들은 열악한 곳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윤원리에 의해 계획된 도시개발·재개발은 도시정비의 혜택을 가진 자들이 독점하게 한다. 그리고 이윤추구의 충동은 토지수용 과정에서 반인권적인 강제철거를 필연적으로 빚어낸다.
따라서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주택이 수익추구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이윤원리가 아닌 공공원리에 기초해 주택공급과 도시개발, 재개발을 시행해야 한다.
토지가 수익추구의 수단이 되는 것은 사유재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토지에 대한 사적소유제도가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주거권·생존권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은 명확관화하다.
실제 필요로 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이들 모두가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토지를 공공재로서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토지를 국유화해야 한다. 토지국유화는 또한 공공개발의 기초가 돼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주택 소유를 1가구 1주택으로 제한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을 초과해 소유하는 주택을 몰수해, 이를 집 없는 노동자, 민중에게 제공한다면 주거권 사각지대를 쉽게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