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쌍용차와 GM대우의 주채권은행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공황으로 인해 자본이 스스로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두 회사의 운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자금지원이 없으면 파산하는 회사에 투자할 금융기관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회의 요구는 한 명의 해고도 없는 공장 가동을 위해서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적자금 투입은 대주주 지분 소각을 전제하는 증자 지원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고, 그래서 산업은행이 쌍용차와 GM대우를 소유해 이들 회사를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쌍차·GM대우 즉시 국유화하라!”
“사회적통제, 노동자통제 즉각 도입하라!”
집회 참가자들은 이 구호들을 반복해서 외쳤다. 이 요구들에 담긴 문제의식에 대해 성두현 해방연대 지도위원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지금 투쟁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노동자들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잘못은 자본가와 정부가 했다.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GM은 파산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회사를 헐값으로 넘긴 게 정부이다.
노동자가 해고되면 쌍용차가 좋아지나? 고통분담하면 살아나나? 민간자본이 책임질 수 없으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당당하게 국유화를 주장하자. 그리고 지난번에 정권에 맡겨놨더니 이렇게 되지 않았나. 이제는 노동자가 통제하자.
너희는 돈도 없는데 자본주의에서 뭐하는 것이냐고 한다면, 자본주의도 그만 하자고 주장하자. 생존권은 천부인권이다. 당당히 요구하자.”
이어진 다른 참가자의 발언은 국민의 일할 권리, 살 권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마치 5년짜리 군대에 들어온 것 같다. 숨이 콱콱 막힌다. 매일 쫓기는 기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겠나?
이 정권은 생존권까지 철저하게 짓밟는다. 철거민이 살겠다고 망루에 올라갔는데 하루 만에 불태워 죽였다. 적어도 먹고 살게는 해줘야 되지 않나? 이건 나라도 아니다. 일할 권리, 살 권리는 헌법이 정한 국민의 권리이다. 이조차 책임 못 지는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 국가가 노동권, 생존권을 책임지라고 요구해야 한다.”
현실에 뒤쳐진 주체 상태를 극복하려는 실천
쌍용차는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고, 공권력 투입이 예고되고 있다. 험난한 상황에서 쌍용차지부는 6월8일 기자 회견을 통해, “그동안 지부의 의견으로 제출된 모든 자구안을 폐기하며, 정부는 즉각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공기업화하고 당장 정리해고와 분사계획 자체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지부가 위기 해법을 ‘소유 전환(국유화)’에서 찾고, 이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중요한 진전이다.
쌍용차 위기는 무정부적인 시장생산과 자본가적 소유와 운영의 결과인 세계적 과잉생산능력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의 노동자계급적 해결은 운영원리 혁신과 이를 위한 소유 변화, 노동자통제, 공장위원회의 내용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쌍용차지부는 이러한 내용들을 요구하는데 주저해왔다. 이러한 상태는 선진부위를 자임하는 이들에 의해서도 조장된 면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장점거파업, 총파업 등의 투쟁전술 이외의 투쟁방향 등에 대한 선전·선동에는 선도적이지 못했다.
현 정세의 뚜렷한 특징은, 객관적 조건은 사회주의적 투쟁을 요구하는데도, 주체의 상태는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체적 상태는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보면, 자본가계급 이데올로기에의 종속과 사회주의적 대안·실천에 대한 인식과 자신감의 현저한 부족, 위축된 상상력 등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리한 주체적 조건의 극복을 위해서는 이데올로기 투쟁과 사회주의, 과도적 요구 선전·선동이 전면화되고 과감해져야 한다. 해방연대가 하는 사회주의정치 실천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