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 수수료 30원을 놓고 싸우던 박종태 열사의 장례를 겨우겨우 치르는 와중에, 지금 수준으로는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역설을 낳는 최저임금을 더욱 내리자는 선전포고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내년 임금을 110원만큼만 올리는 것도 힘겨웠다.
빛마저 안 좋은 개살구 ‘서민 행보’
이렇게 노동자민중이 허덕이고,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시국선언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대통령은 기어코 근처 재래시장으로 퍼레이드를 나섰다.
시장 상인들을 위협하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도 약속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끝낸 나들이 후,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서민 행보’를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내용은 “근로장려세제 보완, 3자녀 이상 가구 주택 우선공급, 마이크로 크레디트 활성화, 대학등록금 대출금리 인하” 같은 것들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고 곧바로 반박당한 내용들이다. 근로장려세제는 안정된 일자리와 생활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일회성 지원금이나 다름없고, 주택공급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서울 근교를 개발하자는 올해 초 구상과 동일하며,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이용해 소규모 창업을 해본다 한들 현재 자영업자수가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을 만큼 영세자영업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등록금 대출금리 인하해도 천만 원이라는 액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말해봤자 입이 아프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서민 행보’가 빛 좋은 개살구조차도 못 된다는 건 국민들의 기대치가 3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 데에서 드러난다. 비정규직수가 1000만에 달하고 실질실업률은 10퍼센트를 훌쩍 넘은 지 오래인데, ‘4대강 사업’ 홍보한다고 ‘대한늬우스’를 만들어 전국 극장을 장악하는 정부에게 ‘서민 행보’는 감당하지 못할 짐일 뿐이다.
노동자민중 다 죽이는 ‘서민 행보’
단순히 ‘서민 행보’라고 내놓는 이야기가 유치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파탄 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철퇴를 맞은 쌍용차투쟁은 이명박 정부가 ‘서민’이라고 부르는 이 땅의 모든 노동자민중이 자본과 정부의 무능 때문에 ‘죽은 자’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인데, 정부는 ‘죽은 자’는 얼른 떠나라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
또한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5억원이 포함되었던 2009년 추경 예산안에 대한 기억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정부가 솔선수범하여 공기업에서부터 가장 먼저 비정규직을 해고하며 ‘7월 비정규직 대란’을 지휘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토록 부르짖던 ‘서민’들이 모두 ‘죽은 자’가 되어가는 판에 이명박 정부는 죽음의 무도라도 벌일 판이다.
실제로 부자 감세로 어려워진 재정운영은 공공요금 인상, 부가가치세 인상, 술·담배 간접세 인상 등 노동자민중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요금이나 세금이 인상되기 직전이니 이것이야말로 죽은 자, 혹은 이대로라면 곧 죽을 자들과 한 판 벌이겠다는 말 아니겠는가.
못 배우는 자는 비키라
서민 행보, 말은 좋다. 다만 진짜 노동자민중을 위한 사회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줄 선생이 필요할 듯하다. 답은 지금 거리로 쫓겨나고 있는 노동자민중이 외치는 구호 속에 있다.
해고는 살인이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물론 모두 알다시피 이 학생은 배울 의지는커녕 학습능력조차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럴 땐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나서는 게 당연하다. 진정한 서민사회, 노동자민중의 사회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