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매듭’에 대한 소개를.
‘매듭’은 의대, 한의대, 약대, 간호대 등 의학계열 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 현장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처음에는 노동현장의 산업재해 문제에 집중하다가 2004년부터 좀 더 다양한 활동을 벌이게 되었다. 작년부터 ‘매듭’ 활동에 참여했고 올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했다. 올해 ‘매듭’의 활동은 하이텍 노동자 연대활동, 성매매여성단체 방문, 고리 원자력발전소 지역 조사활동, 학습지 노조 방문 등을 했고 참여한 학생은 대략 50여명 되었다.
그 중 하나로 감염인 인권에 대한 활동을 하게 된 것인가?
올해 ‘매듭’ 활동을 기획하면서 이 문제도 해보자고 제안했다. 작년인가 올 1월쯤인가 ‘보건의료연합’에서 주최하는 <보건의료학생캠프>에서 HIV/AIDS 감염인의 인권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거기에 참여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8월 공동행동과 ‘매듭’이 간담회를 갖고부터다. 간담회는 공동행동이 워낙 알차게 준비를 했고, 아무래도 ‘매듭’이 의학계열의 학생들이다 보니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질문이 너무 많아 시간이 모자랐고 모둠 별로 주제를 달리 해서 토론을 했는데 모든 주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았을 만큼 잘 진행되었다. 간담회 이후 ‘매듭’ 활동은 마쳤지만 자연스럽게 매달 있는 거리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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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캠페인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어떤 일을 했고 느낀 것이 있다면?
많은 역할까지는 아니었고, 2차 캠페인에서 단막극을 ‘매듭’이 준비했다. 당시 캠페인 주제가 ‘직장에서의 차별’ 문제였는데 감염인 인권단체에서 접한 사례를 중심으로 각색을 해서 연극동아리 출신 학생들이 극을 올렸다. 또 지난 3차 캠페인에서는 눈에 잘 띄기 위해 캠페인 상징인 나비 모양의 날개를 준비해서 달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을 하면서 의외로 시민들 반응이 좋았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이 문제를 얘기해보면 선입견이 상당하다. 차분히 설명을 하면 결국 이해를 하지만 처음 이야기를 꺼낼 때는 두려움이나 편견에 부딪쳐야 했기에 캠페인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의 반응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캠페인을 진행하다보니 사람들은 선뜻 우리 주장에 동의해주고 적극적으로 서명에 참여해줬다.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실 유인물을 나눠주고 서명을 받는 것 이외에 좀 더 활기찬 방식이 없어서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지금 정부의 예방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워낙 뿌리 깊고 복합적인 문제라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한다. 에이즈란 질병이 그 실체에서부터 감염 경로에 이르기까지 편견으로 둘러싸여 있고, 두려움을 국가가 나서서 조장하고 있고, 질병은 개인이 잘못해서 그런다는 인식도 뿌리 깊고, 역사적으로 순결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을 억압하는데 이용해왔던 측면도 크고… 이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가 집합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만큼 더 다양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또 에이즈에 대해 ‘성이 문란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란 비난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방어적인 논리에서 더 나아가 “성이 문란하면 어때!”하는 적극적인 논리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권주간의 준비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활동은?
여기 참여했던 학생들이 각 학교에서 이 문제를 갖고 토론회 같은 것을 여건에 맞게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공과 관련된 학생들은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이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의료인이 될 의학계열 학생들부터 인식을 바꾸는 것도 매우 의미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인권주간에 있는 문화제 준비팀에 결합할 예정이다. 거기서 색다른 형식을 모색해 볼 생각이다. 문화제 모토는 “재밌고 발랄하게!”가 되지 않을까?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