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목숨 걸고 저항하는 사람들

차별당하는 장애인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사진 | 박김형준


지난 8월 17일 뇌병변 3급 장애가 있는 김 씨가 대한항공 울산발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한 사건이 있었다. 결국 김 씨는 서울에 있는 자녀들에게 주려고 손수 만든 음식이 든 박스를 끌고 아시아나항공으로 이동했고, 2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김 씨는 대한항공사 측이 “김 씨의 장애등급으로는 보호자 동승 없이는 탑승이 안 된다.”고 말했을 때 심한 수치심과 모멸감마저 느꼈다고 했다. 대한항공이 장애 등급을 이유로 보호자가 없을 때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보호자 동행 시만 탑승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항공사의 편의주의 생각이다. 비행기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혼자 탑승할지 동승할지 여부를 항공사가 가타부타 할 필요가 없으며 장애가 있는 사람 홀로 탑승을 할 때 항공사는 이를 지원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은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함과 동시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 다른 사례는 정신지체 3급이 있는 부부를 양계장 주인이 18년 동안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갈취하고 정부로부터 나오는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횡령한 사건이다. 이 부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분을 포대에 담아서 트럭에 싣는 일, 양계장 청소, 계란 선별 등의 작업을 쉬지 않고 해야 했다. 이 부부가 살던 집은 양계장에 딸린 방으로 악취가 심했고 방바닥에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천정은 비가 새어서 새까맣게 되어 있었다.


이 두 사건은 극단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이런 사건들은 방송과 신문 등에서 흥밋거리처럼 보도되고 일회성 사건들로 취급된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애에 대한 차별은 이미 사회구조적 문제다. 대한항공사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하고 18년간 임금 및 정부 보조 생계비마저 갈취한 양계장 주인만큼은 아니어도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지하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 이제 겨우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있다. 저상버스도 시행되고는 있지만 그 숫자는 미비하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가족의 보호 아래 방에서 나오기조차 어렵다. 사회로 나오기 어렵다는 것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직장을 갖는 등 독립적인 생활을 꾸리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인권침해 문제는 주변 사람의 제보가 없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장애를 이용한 학대나 임금착취, 생계비 및 장애수당 횡령 등의 문제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 할지라도 실제 어떤 법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현실에서 근본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차별해소는 요원한 일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혜영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 활동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