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입법예고한 바대로,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을 둔다느니 병의원선택제를 한다느니 의료급여 카드를 만든다느니 하는 이번의 의료급여정책들은 모두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환자보다 1명당 3.3배나 많고, 이는 의료급여제도가 ‘공짜 의료’이기에 의료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에 거침없이 방점을 찍었던 결과물들입니다. 이번의 의료급여 정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해 10월 장관께서 쓰셨다는 ‘의료급여개혁을 위한 국민보고서’에도 일 년에 수천 번 의료기관을 이용했던 정신질환자인 홍길동 아무개 형제의 사례(전체 수급자의 0.01%도 안 되는)까지 인용하면서 국민적 공감과 분노(?)까지 불러일으켰는데 이게 잘못된 통계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정책이라니…. 어떻든 참 갑갑함을 넘어서 ‘국민 기만’이라는 마음까지 드는군요.
의료급여 환자의 성별, 연령별, 질병 중증도 보정 시, 외래의 경우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질병 건강 진료비는 기껏해야 1.48배, 질병 건강 일당 진료비는 고작해야 1.05배, 질병 건당 입래원 일수는 1.35배인데, 질병 유병율과 중증도가 높을뿐더러 일 년에 수시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의 비율이 건강보험 환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의료급여 환자들인데 그 수치가 정말 도덕적 해이라는 망치로 머리를 내리칠 만큼 높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건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복지부의 통계를 재계산하다가 우리는 통계 수치만 가득한 화면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
30~40대 남성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가 같은 나이 때의 일반 건강보험 환자들보다 몇 배가 높았던 것입니다. 이건 짐작이긴 하지만, ‘정신질환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1세~6세까지의 의료급여 대상 아동의 경우, 같은 연령대의 건강보험 대상자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50%에도 못 미쳤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이 아파도 병원에 데려갈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부모들에게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게 의료급여 환자들의 건강 실태인 것입니다. 마음이 있으면 눈을 감아도 사람이 보입니다. 숫자만 보아도 그 속에서 사람들의 절망을 읽어야 합니다. 적어도 한 나라의 복지부 장관이라면 말입니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