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빈곤과 장애,그리고 새로운 교육소외

경쟁을 통한 차별의 일상화, 그 벽을 허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교육은 잠재적 능력을 계발하여 그 결과로써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개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하기에 그 접근 기회나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에게 적절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다양한 개성에 적합한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이 과정에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들로 인해 교육 불평등 나아가 소외 현상이 야기되고 있다.



조기유학과 빈곤으로 인한 중퇴


교육에 있어서 평등이란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 학교의 교육조건과 같은 실제적인 교육 과정의 문제, 더 나아가서는 결과에 관한 단계로 이어진다. 이중 교육 기회는 가장 일차적으로 보장해야 할 기본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바로 이 기회에서조차 불평등을 넘어선 장벽이 가로 놓여 있다. 교육소외란 신체적, 지역적, 사회.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절대적으로 적절한 교육기회를 보장받지 못함에 따라 우리사회에서 보장하는 최소한도의 교육수준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로 규정할 수 있다. 하기에 이는 무엇보다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전통적으로 교육소외 현상은 경제적 이유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여러 가지 표현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규정은 양극화 사회일 것이다. 각종 정부 자료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듯 한국 사회는 성장의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며, 심각한 분배의 불균형으로 인해 빈곤층이 확대되고 있다. 빈곤층의 확대는 노동의 비정규화, 그리고 불안정화로 인해 일을 함에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의 구렁에 빠져 있다.


하여 빈곤이 교육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업중단 청소년이 매년 4~5만 명 정도 발생하여 중.고교 전체 학생 360여만 명의 1.2% 수준에 이르고 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조기유학이나 이민을 택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빈곤 등으로 인한 중퇴이다. 학업중단 또는 학업포기에는 이르지 않았더라도 고등학교의 경우 약 5만여 명의 수업료 미납자가 발생하고 있다. 더하여 저소득층에게 고등교육 기회는 열려 있지 않다.


이러한 전통적인 소외에 더하여 새로운 소외계층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교육 소외 계층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하고 있는 불법 체류 또한 증가하고 있어 그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추정에 의한 통계는 밑의 표와 같다.



상식적으로 80여만 명의 성인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면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이 한국의 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06년 4월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초등학교 과정에 606명, 중등과정에 220명, 총계로 826명이 한국의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학교는 누구를 위한 학교?


2003년 정부는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을 통과시켰으며, 2006년에는 규제완화라는 이유로 외국인학교 규정을 개정하려 하였다. 여기 등장하는 외국인학교나 외국교육기관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교육기회를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며,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오랜 외국 생활 경험자를 위한 학교다. 사실이 그렇다면 한국은 외국인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인 배려를 한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826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실은 이러하다. 이런 학교들은 돈을 가진 외국인을 위한 학교다. 또한 외국에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기득권층을 위한 학교일 뿐이다. 어떤 외국인 노동자가 년간 2,000만원 넘는 교육비를 지불할 수 있겠는가? 아시아계나 저개발 국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국내 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면 교육기회를 얻기 어렵다.



빈곤과 장애, 그리고 새롭게 쌓여지는 장벽들


새터민이라고 일컬어지는 북한 이탈주민, 그리고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 또한 새로운 교육소외 계층이다. 말씨, 피부색, 문화, 인종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 수를 교육부 통계를 통해 확인해 보면 2005년 6,121명에서 2006년 7,998명으로 한해에만 30.6%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탈 주민의 경우도 이들을 위한 한겨레 학교에만 06년 10월 통계로 68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이 이외의 일반학교 및 민간 기관에는 524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들 간에 환경이나 문화적인 특성의 차이는 보이고 있으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요한 교육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지체되고 있다. 북한이탈 주민의 경우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그간 살아왔던 체제의 다름으로 인한 교육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학력의 괴리는 쉽게 짐작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 이탈의 과정에서 오랜 기간 학업을 중단한 상태에 있었기에 다시 학업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은 지경에 처해 있다.


전통적인 교육소외 계층인 장애인 또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소외 상태에 있다. 지난 2007년 2월 5일 국회 앞에서는 장애아동 부모, 특수교사, 예비특수교사, 장애인대학생, 장애성인 등 장애인 교육주체 200여명이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2006년 3월부터 37일간에 걸쳐 장애인교육권연대는 현행법 폐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 점거 단식 농성과 부총리와의 면담을 거쳐 최순영 의원 등 229명 의원이 ‘장애인교육지원법(‘06.5.8)’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정부 역시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을 마련, 법률안 제출 절차를 마치고, 현재 국회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다양한 정치 현안 등을 이유로 파행운영이 되고 있어 이 법률안은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장애인교육권연대가 또 다시 힘겨운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빈곤과 장애에 의한 교육소외, 그리고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소외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고 있다. 문제 상황의 정책적 해결 담당자인 교육부의 대책을 교육부가 밝힌 2007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보자. 교육부는 양극화로 인한 교육격차가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그간 실시해 왔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이나 방과 후 학교, 그리고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사업이라는 틀에서 문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구체적으로 낙후지역.저소득층.소외계층에 대하여 교육안전망(Edu-Safety Net)을 구축한다는 목표아래 ‘방과 후 학교’를 실시한다. 농산어촌 우수고를 지원하고,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을 확대 하는 등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방안을 마련한다.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제도를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한 실현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나아가 학업중단 청소년을 포용하는 대안교육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름에도 함께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현실적으로 문제는 발생해 있는데, 문제의 해결책은 너무나 안이하다. 특히 대안교육기관을 활성화해서 교육소외와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데서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장애인들의 투쟁이나 다문화가정, 새터민의 상황을 통해 이미 통합교육이 대안임이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소외는 함께 함으로써 극복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도로서의 학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되어 있는 장벽이나 학교 밖의 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부는 이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 정도의 역할에 그치겠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한국의 교육을 지배하는 것은 학력에 의한 서열 이데올로기이다.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 초중등 교육과정을 왜곡하는 대학입시, 객관적 공정성이라는 이유의 국가단위 시험, 그리고 최대한 학생들 간의 서열을 구분하려는 학교 내 평가는 교육목표의 도달이라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학력이라는 오직 한 가지 기준에 의해 서열화 되고 있다.


그러나 이 학력이 학습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나 능력의 발현이 아니라는 데에 모순이 있다. 학력은 개인의 능력이나 공교육기관의 활동보다는 거주 지역, 경제력, 문화자본, 사회적 지위 등의 사회적 요인이나 가정적 배경 변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차이가 입시제도, 교육과정, 학제와 같은 교육 제도적 요인에 의해 구조적으로 유지 강화되고 있다.


이런 구조는 교육활동이 진행되는 모든 곳에서 경쟁을 통한 차별을 일상화하고 정당화한다. 하기에 교육 불평등과 소외를 극복하는 노력의 처음은 함께 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성, 장애, 인종, 문화, 능력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출발이며, 나아가 부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교육의 공공성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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