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의 전 과정을 살펴보면, 지금도 감격스럽습니다. 어떻게 4.13 호헌조치를 통해서 군부독재가 개헌논의조차 봉쇄한 그런 상황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달려 나와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한 목소리로 외칠 수 있었을까요? 아무리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이한열 열사의 직격 최루탄 피격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분노가 컸다고 해도, 당시 6월 항쟁의 최고점이었던 6월 26일 국민평화대행진에는 무려 150만 명 이상의 민중들이 항쟁에 참여합니다. 이런 민중들의 항쟁에 결국은 군부독재권력이 6.29선언으로 타협책을 제시하였지요. 그런 뒤에 다시 7월과 8월에 걸쳐서는 전국적으로 노동자대투쟁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재야민주세력과 자유주의정치세력이 결합하였던 항쟁 지도부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는 노동자대투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 나아가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합니다. 결국 항쟁의 성과는 87년 헌법 제정으로 귀결되는데, 노동자, 민중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도외시한 채 대통령 직선제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적 정치적 자유의 확대에 집중됩니다. 노동자들이 대투쟁을 통해 주장했던 경제, 사회적 민주주의는 배제한 것이고, 그런 이유로 이후 자유주의정권에서는 민주화를 절차적민주주의의 제도화로 한정짓게 됩니다. 결국 오늘날의 쪼그라든 민주주의의 개념이나 상은 이미 6월 항쟁의 주역이라고 하는 지도부의 인식의 한계로부터 예정되었던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슈>에서 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합시다.
그런 항쟁이므로 기념할 만합니다. 6월 항쟁은 최소한 1980년 5월 광주의 대학살 이후 제적과 강제징집, 구속,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조차 민주화의 제단에 바치겠다는 헌신적인 투쟁의 결과였고, 무권리의 상태에 빠져 있던 민중들의 민주주의 열망이 법의 테두리를 넘는 저항권으로 발현된 결과입니다. 그 항쟁을 기념하는 일? 아직은 오찬의 건배를 들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더욱이 민주화운동의 원로라는 분들이 대통령과 오찬 건배를 하는 식의 기념이면 곤란합니다.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이 민중들의 민주주의를 법의 이름으로 억압하고 있는 이때, 항쟁을 기념하는 일은 결국 거리에서 그때의 6월처럼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직 우리가 바라는 민주화 된 세상은 오지 않았고, 다시 우리는 왜곡된 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빼앗기고 있는 기본권을 되찾고 확장하기 위한 거리투쟁에 나서는 것, 그것이 이번 6월 항쟁을 진정으로 기념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법으로 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예고되고 있고, 재협상을 해서라도 죽음의 한미FTA를 관철하려는 지배세력에 분명히 맞서 싸우는 일, 그리고 한편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상층 정치권 인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한미군의 역할을 따져 묻는 일이 필요한 때입니다.
너무도 식상한 말인지 몰라도, 인권은 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투쟁의 결과였음을 6월에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