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미디어세탁소] 광고, 시장의 영역에서 구하라!

대부업 광고의 끔찍한 상술을 중심으로

달갑지 않은 메시지와 시각적 테러는 끊임없다. 하루에 한 개 정도는 기본으로 휴대폰을 타고 메시지가 들어온다. 때로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녹음되어 있는 기계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는 대략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메일과 블로그로 침투하는 ‘해결사’들도 만만찮다. 어디 그 뿐인가. 지하철과 버스 안에 가득한 광고 메시지 사이에서도 뒤지지 않고, TV에서는 소위 이미지 좋은 연예인들을 앞장세워 외친다.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상황이 그냥 그대로 ‘쩐의 전쟁’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참에 아무래도 뿌리를 뽑아야 할 것 같다. 1년 즈음 된 듯하다. 이영범이 “일오팔팔”을 반복하며 “무이자, 무보증”에 빠른 대출을 해주겠다며 호언장담하던 광고를 보고는 뜨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깊숙한 골목길이나 지하철 광고판에 명함크기로 끼어 있던 사채광고의 TV판이 아닌가.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신하균이 빚에 허덕이며 장기매매를 시도하고, 결국 유괴를 감행했던 그 무시무시한 ‘죽음의 늪’이 연상되는 ‘사채’ 말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동당 대선주자들이 대부업광고 규제 강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알았다. ‘사채’가 아니라 세련된 언어 ‘대부’가 이들의 정체라는 것을 말이다.



대부업 광고, 그 화려한 속임수


최민식, 한채영, 조원석, 김미려, 이영아, 김하늘, 이병진, 최수종, 이영범, 안혜경, 심혜진, 왕빛나, 탁재훈, 최정윤, 여운계까지 알만한 연예인들이 대부업 광고에 나섰다.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 “수수료 면제” “빠른 대출”이라며 ‘대부업’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다. 광고에서 상품을 대표하거나 혹은 소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연예인 모델은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너무 일반적이다. 특히 TV 광고(영상광고)의 경우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시키고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현혹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에 있어서 매혹적이고 현란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연예인’이다. 따라서 광고를 제작하는 기업에 있어서도 상품의 이미지와 마케팅을 위해 광고 모델은 광고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한편 연예인의 경우에도 어떤 광고를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이미지를 생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업 광고의 경우는 연예인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해 출연료가 1억~6억 선이라고 한다. 이런 정도면 ‘대부업’ 광고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수준의 광고가 아닌 부정적이며 뭔가 께름칙한 것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여간 모델료의 구체적 시세까지는 알 수 없으나 기업은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광고를 위해 연예인들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제시하고, 연예인은 손상될 이미지까지 고려하며 대부업 광고모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수입을 목적으로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공식이다. 광고 출연 이후 자신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것은 결국 그들의 몫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억대의 출연료를 받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미모, 그리고 광고 구성에 맞게 ‘고리대출’을 호객한다. 화장품 살 돈도 없는데 간편하게 대출을 하라던가,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를 연발하며 이자 없이 대출이 가능한 것 같이 상품을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 피자배달보다 빠르게 인터넷을 통해 대출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기도 하고, 당당하게 대출받자라고 한다. 연예인들의 미모와 구성된 광고 전략에 의해 시청자/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그 순간, 광고는 대부업체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하고 연이자율 및 연체 이자율 등의 중요한 내용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등 허위과장 광고가 되고 만다. 그런데 딱 지금이 그런 꼴이다. 돈이 급한 사람들이다. 개인적 상황이야 물론 다르겠지만, 급하게 목돈을 만들어야하는 조건 속에서 TV나 인터넷 등에서 연예인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대부업 광고는 달콤하기 그지없다.


허나 뚜껑을 열어보면 광고 자체는 속임수다. 화려한 포장에 불과한 연예인들의 속삭임은 결국 상품을 이용한 소비자들에게는 거짓이었고, 속임수였다.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최근 한 포털에는 ‘대부업 광고를 하는 연예인 안티카페’가 생기기도 하였다. 대부업 광고에 대한 문제와 규제에 대한 제도적 허술함에 대한 피해가 속출하자 대부업 광고에 전면적으로 나서 호객행위를 한 연예인들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대부업 광고에 나선 연예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광고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광고의 허용범위라는 측면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부재한 채 그저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한국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게 ‘지옥’으로 가라며 달콤하게 속삭인 악마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연예인으로써의 이미지 관리를 넘어 화려한 비주얼을 이용하여 다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악마의 역할을 스스로가 자처했다면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 역시 끔찍한 대부업체의 행동대장이 된 것은 아닌가. 허나 대부업체의 끔찍한 상술과 대부업체에 숨겨져 있는 사회적 문제는 일부 연예인들이 거액의 광고비를 받고 광고에 출연한 것을 지탄하고 마무리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장기매매와 유괴,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연상되는 '위험한 돈놀이' 사채업을 배경으로 최근 방영을 시작한 한 방송국 드라마 '쩐의 전쟁'


광고, 참을 수 없는 천박함


한국 사회 안에서 광고가 침투하는 공간은 여백이 없을 만큼 빡빡하다. 길거리 간판을 비롯하여 전광판에, 현수막에, 지하철 공간 곳곳에, 버스 안에, 건물에 들어가도 무수한 광고들이 넘쳐나고, TV와 신문/인터넷 등 온갖 매체에서도 현란한 광고가 시각적 피로감을 더한다. 그러나 홍수처럼 넘쳐나는 광고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논쟁은 없다. 제도적 규제로써 매체별 광고를 규제하기는 하지만 최근 대부업 광고에서 드러나듯이 허점은 매우 많다. 특히 TV 광고를 제외하고는 사회적 토론과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사회문화적 의미는 찾기 힘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수식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의 상식적 행위가 존재한다. 광고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며 자유적 만개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광고라는 수단을 통해 관련 정보를 알리고, 내용을 홍보할 수 있다. 상품광고의 경우 실질적으로 구매라는 실천행위까지 이루어진다. 따라서 과장/축소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주는 광고 행위는 ‘거짓’에 다름 아니다. 대부업 광고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대부업 광고를 통해 대부업체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연이자율과 연체율 등 중요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지도 않는다. 특히 광고에서 자랑하는 30일, 40일 무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뿐이 아니다. 빠른 시간 안에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야기하지만 실제 30분 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더군다나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대출 승인율은 30%에 불과하며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대부업체를 이용할 시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은행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 빠르게, 누구에게나 제한 없이, 무보증/무담보 게다가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고 떵떵 광고를 통해 떠들어 놓고는 어느 하나 만족되는 것이 없다. 더더군다나 대부업 광고를 통해 그 광고를 믿고 대출을 받거나 혹은 받으려 했던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부업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피해 사례 접수 건수가 2005년 267건에서 2006년 광고 금지 품목에서 대부업이 제외된 2006년에는 500건, 올해의 경우에도 4월까지만 무려 133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연이율 66%에 해당되는 고리로 인해 지난해 9월 대부업체 광고를 보고 350만원을 빌린 사람이 지금까지 매달 이자로 192,500원을 갚아 나가고 있다는 <한겨레>에서 보도한 피해사례는 새발의 피에 해당한다니, 대부업 광고의 끔찍함이 몸서리쳐진다.


광고를 둘러싼 문제를 살펴볼 때 대부업 광고 자체가 허위/과장 광고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그를 통해 짭짤한 수입을 얻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광고 자체에 대한 규제와 광고의 허용범위 등에 사회적 가치와 기능이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고가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는 없다. 특히 기업에서 만들어 내는 상품을 광고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광고가 매체와 공간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 어떤 매체인가, 혹은 어떤 공간인가에 따라 때로는 광고 자체도 공적 기능을 하게 된다. 때로는 매체와 공간의 공적 기능으로 인해 광고 자체가 허용되지 않기도 한다. TV의 경우 매체에 따라서 상품 광고를 규제한다. 현재 담배의 방송 광고는 일체 금지되어 있고, 술의 경우 알코올 함유에 따라 17도 이하만 그것도 심야 시간대에 광고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술 담배에 대한 광고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선 안에서의 광고가 논의되지 못하는 것에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지상파 광고를 통해, 그것도 매체 영향력이 높은 지상파라는 공간 속에서 살인적인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대부업 광고가 어디 가당키나 한 것인가.


돈놀이로 장사를 하겠다는 속셈의 대부업체에 대해 급하게 돈이 필요한, 절실한 사람들의 등쳐먹는 이들의 광고를 지상파에서 허용한다는 것은 한국 자본주의가 품고 있는 천박함을 드러내는 일이며, 또한 광고에 대한 사회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꼴이 아닐 수 없다.* 광고가 단순한 시장영역에서 해석될 수 없다는 것은 스웨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주말이나 공휴일의 경우 대형할인마트의 영업을 금지한다. 재래시장을 보호하고, 독점화되는 대형마트에 대한 경계이다. 이러한 규제 속에서 광고시장에서도 어떠한 품목에 대해 광고를 할 경우 경쟁업체의 광고를 동일하게 편성해야 한다. 따라서 대형할인마트 광고를 편성할 시 재래시장의 광고 등 경쟁업체의 광고도 편성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대부업 광고의 문제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광고 역시도 시장의 영역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과 공적 영역에서의 규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대부업 광고 규제를 강화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회에서 대부 전단지 불법배포현황을 발표하는 심상정 의원. 사진출처 | 심상정 의원 홈페이지


광고, 시장의 영역에서 구하라


물론 한국사회 안에서의 광고가 기득권과 자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서글픔만 클 수도 있다. 사실 시장의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 ‘공익광고’라는 것도 존재한다. 때로는 정부가 정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광고를 제작하기도 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광고를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지난해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쌀을 모아 광고를 제작하였다. 한미FTA가 가져다주는 문제에 대해 간략하고 감성적 언어로 표현했지만 결과는 ‘조건부 허가’였다. 말이 좋아 조건부 허가이지 사실상은 방영금지나 다름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 한국 사회 안에서 광고를 바라보고 광고를 통해 소통하고, 때로는 광고를 규제하는 후진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광고가 가진 사회적 기능은 소통과 정보의 교류도 포함한다. 하지만 광고라는 것이 토론의 장, 공론의 장, 대자보의 역할을 자임할 때 기득권과 권력 헤게모니를 쥔 이들은 거부감을 표현한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공적 영역 안에서의 광고조차도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지 못하는 실정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광고를 활용하는 자본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고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계기를 잡고 광고에 대한 편견과 문제를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할 시점일 수 있다.


최근에 대부업 광고가 문제가 되자 재정경제부는 지난 5월 18일 대부업법을 개정해 대부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부업법 개정안에서 표시광고에 대한 내용을 담을 것이라 이야기하였다. 문제는 이렇게 봉합될 수가 없다.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방치한다는 것은 사회적 책무의 방기다. 일단 TV를 통한 대부업체 광고를 전면 규제해야 한다. 대부업 광고를 계기로 해서 광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 범위에 대해 토론하고, 이에 대한 일괄적 규제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공익광고나 정부광고, 또한 접근이 가능한 의견광고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 동안 광고는 돈을 가진 이들과 힘을 가진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광고라는 것이 “기업이나 개인·단체가 상품·서비스·이념·신조·정책 등을 세상에 알려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 위해 투자하는 정보활동(네이버 백과사전)”이라 한다면 시장의 영역에서 권력의 영역에서 탈출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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