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는데 또 재판인가?
오늘은 지난 2006년 8월 광화문 세종로에서 있었던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에 대한 재판이었다. 집시법 위반이다. 어제도 정립회관 민주화 투쟁으로 약식기소된 것을 정식재판 청구를 하여 재판을 받았다. 현재 재판만 3개, 검찰 조사 3개가 진행 중이다. 아직 기소되지 않는 것도 많다. 486만 원 중에 15일간의 구류로 (하루에 5만 원씩 해서) 75만 원 그리고 현금으로 벌금 50만 원을 낸 상태로 석방은 되었지만 남아있는 벌금이 있고 어제 재판에서 또 30만 원의 벌금을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5월 31일 연행 당시 상황은?
저녁에 집에 들어가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던 형사 2명에게 연행되어 파출소에서 신원조회를 마치고 광진 경찰서에서 정립회관을 비롯한 2건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서는 유치장에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조사실에서 밤을 샜다. 다음날 남대문 경찰서로 가서 다시 조사를 받고 마포경찰서에서 형사가 찾아와 조사를 했다. 그리고 영등포 경찰서를 거쳐 동부지검으로 갔다가 성동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첫 중증장애인이다.
경찰서 유치장은 몇 번 가봤지만 구치소에 들어간 것은 나도 처음이었다. 구치소 측에서도 중증장애인이 들어오니 당황했다. 중환자실에 나를 수감했다. 6명이 나보다 먼저 수감되어 있었는데 그 중 2명이 병역거부자로 나머지 환자들을 수발하고 있었다. 4일 동안은 누워만 있어야 했다. 활동보조인을 요구했지만 구치소에서는 ‘활동보조인’이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했다. 구치소는 중증장애인을 배려했다며 좌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을 자랑했지만 화장실 유리문이 투명해서 볼 일을 볼 수가 없었다. 선팅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마침내 요구가 들어졌다. 하지만 내가 무슨 요구를 하면 같이 있는 병역거부자가 질책을 받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개선 요구를 계속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단체의 과중한 벌금 문제가 드러났다. 검찰은 벌금부과가 중증장애인을 배려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진짜 중증장애인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돈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벌금보다는 차라리 구속시켜서 살게 하는 게 낫다. 그런데 구속하기에는 구치소 여건이 너무 형편없으니까 할 수 없이 벌금을 매기는 거 아니냐? 검찰 입장에서는 얼마 안 되는 금액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에게 벌금을 매기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게 하고 속한 단체도 힘들게 하는 훨씬 나쁜 조치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