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입
이러한 인구고령화의 속도는 다른 국가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급속한 변화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프랑스 115년, 스웨덴 85년, 미국 71년, 이탈리아 61년, 영국 47년이 소요되는 등 대부분 반세기 이상에 걸쳐 진행된 반면에 우리는 19년에 불과하며,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고령사회 진입 이후 8년만인 2026년으로, 프랑스(2020), 영국(2021), 미국(2028) 등과 유사한 시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에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가장 젊은 국가에 속하나, 2030년대에는 가장 늙은 국가의 하나로 변모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고령화사회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게 표출될 것이다. 우선,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 즉 경제활동인구의 규모와 비중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자체를 고령화시킬 것이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청장년 인구의 감소는 경제활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으며,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노동생산성의 저하 등으로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산업구조 변화와 맞물려 임금, 정년제도 등 고용관행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와 사회부담 증가
경제적인 측면을 설명하면, 우선 생산을 담당하는 인구의 감소는 노동공급 감소로 연결되며, 이는 생산 및 노동생산성 하락, 저축률 하락, 소비위축, 투자위축 등을 초래하여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다. OECD에 따르면, 고령화는 향후 수십 년간 1인당 GDP성장률을 연간 0.25~0.75%p 감소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2000~2050년 기간 중 연평균 GDP성장률이 2.9%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노인에 대한 부양문제가 가족의 차원을 넘어서 국가 전체의 문제로 변화됨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인구고령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노인인구의 부양을 위한 후세대의 부담과 비용증가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서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2000년에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의 지출은 GDP대비 2.1%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7.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GDP의 10.1% 수준으로 대폭 상승하여 OECD 국가 평균(10.8%)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회보장에 대한 지출증가는 후세대의 과중한 부담으로 연결되며, 후세대의 부담은 향후 저성장 체제로의 전환과 맞물려 분배 및 재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거시적인 경제.사회적 충격을 논하기에 앞서 고령화사회를 구성할 가장 핵심 구성원인 노인계층이 결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전망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 노인계층이 처해있는 현실에서 출발해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바이다.
사적인 지원에 의존한 경제적 빈곤
우선 무엇보다도 노인계층의 빈곤 문제가 적이 심각하다. 2004년도 전국 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가구의 29.7%가 50만 원 미만의 가구소득을, 23.2%가 50~100만 원 미만, 21.7%가 100~200만 원 미만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노인가구의 경우 50만 원 미만인 비율이 각각 9.4%, 17.9%인 것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치이다.
또한 빈곤선 100% 미만인 노인가구의 비율이 37.3%에 달하고 있으며, 57.9%가 빈곤선 150%미만의 가구소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노인계층의 빈곤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 참세상 |
그런데, 노인계층의 소득원천을 살펴보면, 공적제도가 아니라 가족 등 사적인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소득원별 소득유무를 보면, 노인의 78.6%가 사적이전소득을 갖고 있는 반면, 근로 및 사업 및 부업소득을 갖고 있는 노인비율은 27.8%, 자산소득을 갖고 있는 노인은 12.5%이다.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교통수당과 경로연금의 경우 액수가 적어 의미 있는 소득이라고 보기 어렵고, 공적제도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연금과 기초생활보장이라 볼 수 있는데, 노인 중 13.9%가 공적연금을, 8.6%가 국민기초생활보장으로부터의 급여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노후소득제도의 근간을 이루어야 할 공적제도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 등 사적인 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노인계층의 건강상태 또한 문제이다. 정신건강상의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노인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65세 이상 치매노인의 비중이 2001년 7.6%, 2005년 8.3%를 거쳐 2010년 8.6%, 2015년 9.0% 등으로 전망되고 있다. 60세 이상 노인들도 그들의 건강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생각하고 있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의 74.1%는 가정 내에서 복지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며, 그 중 “건강체크”(41.5%), 간병서비스(20.7%) 및 가사서비스(6.0%)를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장기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이 2003년 590천명(전체 노인의 14.8%)에서 2010년 790천명으로 증가하리라 추정되며, 이중 시설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은 2003년 79천명에서 2008년 99천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나, 2003년 현재 시설보호충족율은 31.5%에 불과하다. 아울러 재가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은 2003년 321천명에서 2008년 403천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나, 2003년 현재 재가보호충족율은 4.7%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급속한 가족해체 현상이 진행되리라는 점이다. 가족해체는 노인에 대한 부양을 가족이 담당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부양부담을 노인 스스로 감당하거나 혹은 사회가 감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고령화사회 및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닥칠 우리사회 전체와 노인계층 자체의 충격을 대비하는 적극적 정책을 구사함에 있어 우린 사회보장권에 대해 다시 한번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사회보장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하는 데에 인색한 우리의 정서에 의거하여 볼 때 향후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많은 충격을 방비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작금의 국민연금개혁 논의과정에서 그러한 우려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실제 노인계층의 생활보장이라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국민연금재정 고갈과 이에 따른 재정안정화에 초점이 맞추어짐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안에 따르면 연금보험료를 올리고 연금급여를 내림으로써 상당수가 오랜 기간 연금보험료를 냈음에도 노후에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상황을 맞도록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노인들이 기본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 하나의 권리로 인식되는 시각이 결여된 결과를 여실히 읽을 수 있다.
또한 최근 근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내년 7월부터 시행예정인 노인장기요양제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수발이 필요한 장기요양대상 노인들에게 공적 보호장치가 발동된다는 선언적 의미가 큰 제도이지만, 실제로는 재원조달의 문제와 인프라 조성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노인 전체인구의 3%정도만이 그 대상자로 포섭되는 졸렬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따라서 가정에서 부양하는 데에 엄청난 부담이 요구되는 장기요양노인에 대해 적절한 대응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렇게 어긋난 정책 설계를 바로잡기 위해서 우린 고령화사회에 있어 노인과 그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구성원들의 고통이 사회보장권의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그 해법이 마련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각인해야 할 것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