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이슈] 헌법상 기본권도 보장되지 않는 대학사회

국가보안법을 연상시키는 모호하고 악랄한 학칙조항들 수두룩

대학은 자유로운 곳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은 당연하게도 자유로운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헌법상에 보장되어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도 대학의 학칙으로 과잉금지하고 있는 대학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의 자치활동뿐 아니라 교직원의 자발적인 자치활동, 학교 구성원들의 대학의 부패, 부조리에 대한 사회고발도 처벌의 대상이 되곤 한다.



기본적인 권리도 금지하고 있는 대학들


2005년도 국정감사를 위해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에서는 275개 대학의 학칙을 분석해서 발표하였다. 분석결과는 대학의 학칙은 여전히 유신시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자면 집회결사를 침해하는 조항이 있는 경우가 81.09%,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교도 67.63%, 비상시 총학생회 활동정지 규정이 59.9%, 학교운영에 학생 관여 금지 48.36%, 불온선전물 부착금지가 27.27%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징계의 사유 등에 국가보안법을 연상시킬 정도로 모호하고 악랄한 조항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용공단체라는 표현, 신체허약을 이유로 학업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학장이 제적시킬 수 있도록 되어있는 규정 등도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총학생회 등 자치단체를 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일방적으로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이 학장, 학생처장 등에게 있었다. 이외에도 타 학교에 적을 두었다가 편입 또는 입학한 경우 학생회 간부 출마 자체를 규제하는 조항들은 평등의 원리에 위배되며, 생활규정 등에 여성의 지나친 화장, 노출 등을 규제하는 조항은 성차별적 조항이다.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가 대학 안에서조차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하였고, 그 결과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반민주, 반인권적 학칙에 대한 시정조치 권고를 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뿐 아니라 사립학교의 비리를 고발하는 교원, 직원들에게는 여지없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징계가 내려진다. 교수협의회에 가입하여 활동했다는 것 자체가 징계의 사유가 된다. 얼마 전 한 대학의 교수에 대한 징계 사유서를 보니 “일과시간에 교수협의회 총회를 열어서 면학분위기를 해쳤다.”라고 쓰여 있었다.


학교 구성원과 학교와의 구체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학교는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징계를 남발한다. 고려대 학생들의 강제 출교 조치, 한국외대 조명훈 학생에 대한 무기정학, 한신대 학생들에 대한 징계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징계절차도 대학 마음대로다. 소명절차도 없다. 학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무기정학의 사유가 된다.


고려대의 경우에는 7명의 출교생들이 450일 가까이 교내에서 천막투쟁을 하고 있다. 2006년 4월 이들을 포함한 고려대 학생 150여 명은 고려대와 통합된 보건대 학생들에게도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을 인정해 달라고 학교 쪽에 요구했다 거부당하자 본관 점거에 나섰다. 본관 계단에 앉아 항의하던 학생들 탓에 보직교수 9명은 16시간 동안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에 고려대는 ‘출교’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로 맞섰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었다. 2005년의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예 박사학위 수여 반대 시위에 대한 괘씸죄가 덧붙여졌다. 무노조, 노동탄압의 철학을 가진 한국 제일의 재벌 총수에게 대학이 학위를 팔아넘기려 한 것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였다. 시장으로부터, 자본으로부터 대학을 지켜내고자 하는 싸움에 결국 학생들의 학적을 없애버리는 강제 출교조치로 대응한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한국외대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보직교수가 파업 중인 여성 노동자에게 성희롱을 하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대학당국은 이에 대해서 비판하는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학생을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물론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그 징계과정조차도 학칙 상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 1심판결에서도 학교 측의 징계권 남용이 인정되었지만 학교 측은 항소하였다. 그런 한국외대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인기 TV프로에서 외국인 여학생 출연자가 언급한 강사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 재빠르게 처리하는 기민함(?)까지 보여주었다.
표 | 최순영 의원실



2006년 한신대학교는 11%라는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을 학생들에게 강요했다. 이에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성사시키며 등록금인상을 철회하길 학교 측에 요구하였지만 학생들에게 돌아온 것은 ‘돈 없으면 학교 못 다닌다. 다른데 다녔으면 좋겠다. 다른 학교보다 우리 학교의 등록금이 더 싸다.'라는 식의 반 교육적인 대답뿐이었다. 240일에 가까운 본관 점거와 학생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였다. 학교 당국은 그것도 모자라 총·부총학생회장을 포함한 4명의 학생들에게 본관 점거, 허위사실유포, 학교 이미지 훼손 등의 이유로 ‘무기정학’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그러면서 정학기간에도 등록금을 내지 않으면 제적하겠다는 희한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학생들이 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으로부터, 노동탄압으로부터, 부실사학으로부터 대학과 학생들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비민주적인 학칙에 근거한 강력한 징계뿐이었다. 그나마 교원들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이라도 한다. 물론 그 효력이라는 것이 학교가 거부하면 별 수 없이 법원까지 가야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무것도 없다. 재심절차도 없다. 그저 천막치고 투쟁하며 법원소송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다. 법원소송도 한두 해 걸리는 것이 아니다.


2006년,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서 “대학학칙민주화심의위원회”를 주장하였다. 반인권, 반민주 규정에 대해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서 심사청구를 하면 위원회에서 인권과 민주성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시정권고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예산 심의안에 대학학칙민주화심의위원회의 예산을 반영할 것을 제안했지만, 보수양당의 지역구 예산 나눠먹기에 밀려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2007년, 민주노동당은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서 학칙의 민주적 개정을 강제해내는 활동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의회 내 활동뿐만 아니라 의회 밖에서의 활발한 연대실천들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자치권 탄압에 맞서 시민연대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고, 학생징계문제뿐만 아니라 교직원에 대한 부당한 징계 전체에 대한 연대실천을 통해서 대학을 보다 민주적이고 자치와 인권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