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공감을 하고 보니 다음 모임 땐 자전거를 타고 파주에서 평택, 군산, 새만금을 지나 마침내 제주도까지 가자고 의지를 모아내고 있다. 서해안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느리게 이동하면서 기지로 고통 받은 사람들과 연대하자는 것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면서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만나 손을 잡는 것이야말로 투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살아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고통이 여기저기서 자꾸 발생한다면 한 번의 패배로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일주일 간 두 바퀴에 몸을 싣고 달리면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만 같다.
자전거는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색다른 방식이다. 안장에 앉아 페달을 굴리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체제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사람들의 욕망이 어느새 보이게 된다. 쌩 하고 멀어지는 자동차의 뒤꽁무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저렇게 사라져 어디론가 다시 가고 싶은 그 욕망의 정체를 이해하게 된다. 자아를 무한히 확장해 어디에나 같은 조건으로 존재하고 싶은 욕망인 것이다. 군사기지와 아파트와 골프장과 고속도로가 자꾸만 넓어지는 이유도, 다국적 기업들이 멋대로 들락날락하도록 만들어놓은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것도 모두 그런 욕망의 발현이 아닐까. 이와는 다르게 살려는 마음으로 나는 500km가 넘는 그 먼 길을 세상의 모든 지킴이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