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가 막히기 전 갯벌. 사진 | 참세상 |
우리의 힘이 약해서인지 바다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아서인지 방조제는 막히고 바닷물은 더 이상 드나듦을 멈추었습니다. 세계 5대 갯벌에 들고, 하구 갯벌로 그 역할이 너무도 큰 이 새만금 갯벌이 사람의 오만과 이기심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공사를 끝내려는 전북도의 도지사며 정치무리들은 막힌 방조제 위에서 태극기를 휘드르며 환호했습니다.
막히기 전에는 인간이 운동을 통해서 공사중단을 목적했습니다. 그러나 방조제는 막혀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바다의 분노와 대재앙만이 인간의 오만을 꺾을 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죽음의 냄새가 새만금에 가득합니다
예상은 적중하였습니다. 방조제가 막히고 보름정도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물이 들어오지 않는 갯벌은 염기가 허옇게 덮이며 말라갔습니다. 갯벌 속에 살던 조개들은 짠물이 없어 땅속 깊이깊이 들어갔습니다. 갯벌의 모래바람은 황량한 사막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러다 비가 쏟아졌습니다. 개벌위에 모처럼 물이 덮였습니다. 깊이 머리끝을 처박았던 조개들이 일제히 갯벌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또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짠물이어야 될 물이 빗물이었고, 이 물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흰 조갯살을 드러내고 힘겨워하면서 갯벌의 조개들은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온통 주검의 냄새가 새만금에 가득했습니다. 하구 갯벌이어서 저서생물(바다 밑에 사는 생물들의 총칭. 편집자 주)의 종류가 수도 샐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이 친구들의 죽음의 냄새와 참상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습니다.
죽음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썰물이 되면 싱싱한 먹이를 잔뜩 먹었던 도요새며 갈매기 이런 새들이 더 이상 먹을 곳이 부족해서 굶주리면 죽어 썩어가는 조갯살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죽은 조갯살은 도요새의 내장을 오염시키며 또 다른 죽음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죽은 조개 껍질사이에 새들의 죽음이 널렸습니다. 이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렁이가 피를 흘리며 때로 죽어갔습니다. 사람에 의한 자연파괴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고 진행되었습니다.
이 참혹한 죽음을 어찌 할까요?
갯벌의 풍요와 그로인해 잘 살던 주민들은 혼돈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썰물과 밀물의 주기에 따라 생활하던 우리가 농촌공사의 배수관문 조작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갯등의 백합이 모두 폐사해서, 갯골로 가슴까지 들어가지 않으면 백합잡이가 되지 않는 상황. 백합잡이에 이제는 생명을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상황이 고귀한 몇 생명을 거두어 갔습니다.
불투명해진 현재와 미래가 주민들에게는 불안감을 가져다주었고 자연의 순리에 따른 지역공동체는 극심하게 파괴되었습니다.
농촌공사의 지능적인 수법도 있었습니다. 피해어민 생계대책이라고 내어 놓은 것이 지역에는 갈등과 분쟁만을 만들어 놓고 생계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날이 가면서 배 가진 선주분이 빚으로 해서 배를 빼앗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장밋빛 환상만이 가득한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완료되어 방조제 안쪽의 어민들은 앞으로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지역을 뜨는 일이 많을 것이고, 이제 곧 방조제 바깥의 어민과 농민들도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겁니다. 벌써 변산의 고운 모래들이 사라져가고, 격포 해수욕장도 마찬가지이고, 격포항의 어획고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1일에는 해일이 일어 배가 백여 척이 뒤집어지고, 위도에서는 저지대의 주택이 침수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서천에서는 김양식이 되지 않아 김양식하는 어민들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발생되지 않았던 서해의 적조가 계속 나타나고 수질에 자신 있다던 정부 측의 말은 얼마 전 숭어 떼의 죽음으로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비산먼지 방지하겠다고 염생식물을 심었지만 갯벌이 워낙 커나서 목적을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서서히, 새만금 갯벌이 살기 위해 인간에게 내리는 재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에 대한 존중과 사과를 하루 빨리 하여야 되겠고, 방조제를 터야 재앙에 대한 피해를 면할 수 있을 겁니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