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살살 페스티벌’도 열렸다. 엄청난 돈을 들여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쇼를 하는 흥청망청 일회성 낭비가 아니라 갯벌도 살고 사람도 살자는 정신을 참가자들이 모두 나눌 수 있는 소박하고 정겨운 잔치였다. 마지막 날 저녁 살살 페스티벌에 함께 하기 위해 빗속을 뚫고 2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때가 절정이었다. 조그만 공연장이 열기와 환호성으로 가득 채워질 때 나는 지난날 대추리를 지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렸다. 이 열기는 누군가 시켜서 기획해낸 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사온 것도 아니었다. 행사가 끝나면 모래바람처럼 흩어지는 것 같지만 언제든 순수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모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과 함께 나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다니고, 지금은 평화캠프가 열리는 용인 ‘생명에너지센터’에 와 있다. 거울도, 시계도 없이 지내면서 나는 이들과 즐거운 운동을 만들어갈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나를 이해해주고 평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이런 사람들과 모이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내겐 운동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