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순간에 내가 만난 어린 베트남신부 ‘뷔’가 왜 생각나는가? 소위 연구차 나는 결혼이주여성의 교육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집중 인터뷰를 했는데 임신한 꼬마 신부 ‘뷔’가 그 자리에 오게 되었다. 5년 이상 된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뷔’는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아직 1년도 채 안 되는 꼬마 신부였다. 베트남어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사전을 놓고 간신히 의사소통을 하는데 17살에 39살 한국 총각에게 시집 온 ‘뷔’는 집에 가고 싶다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가슴이 미어지는 순간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피카소도 노인이 되어 20대 연인과 결혼했다”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하였다. 순간 “그 연인은 어린이가 아니잖아요.”라고 간단히 응수하면서 우리나라 혼인연령이 어떻게 되냐고 하니까 남자는 18세, 여자는 16세라고 한다. 한국 민법에 따라 ‘뷔’는 합법적으로 이 남자의 부인이나 아직 3년이 안되어 주민등록증은 발급받지 못한다고 한다. 집에 와서 유엔권리협약 이행상황보고서를 보니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정부에 혼인가능연령을 남자와 똑같이 18세로 높이라고 반복해서 권고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 인권교육의 법제화 논의 과정에서 정부 측 인사들이 법제화를 반대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리고 컬럼비아의 토니가 한국의 인권교육 법제화를 경하함과 동시에 한국사회의 인권침해적 요소를 언급하면서 인권교육을 통해 이런 요소들이 예방되어 정치적 민주화의 귀결로서 경제적, 그리고 생활상에서 인권침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고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다문화적 사회로 전환해가는 우리사회에서 인권교육의 법제화가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포용의 결여를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미 유엔으로부터 한국은 인종차별이 심각한 국가라고 경고 받고 있으며, 특히 결혼이주여성 문제는 아시아 여성과 어린이의 인신매매라는 지탄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농어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브로커를 끼고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라는 자국민 중심적인 정책을 공개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현재 농어촌에 가면 인근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공수 받은 많은 ‘우리’와 좀 다른 색시들과 그 자녀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가 지난번 미식축구 영웅 하인즈 워드의 방문 이후 한국에서의 혼혈아를 비롯한 타 인종에 대한 차별을 부끄러워하는 척하며 경쟁적으로 ‘다문화’정책을 내놓고 관련 프로그램과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아직 인권교육은 없다. 단지 지자체용 이벤트만 있을 뿐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