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시즌임에도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긴급 투입된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시기 47일 동안 성안에 갇힌 말(言)들의 전쟁이다. 싸우자는 김상헌과 항복하자는 최명길. 쿠데타로 왕위에 오른 인조와 노회한 영의정 김류. 거기에 대장장이 서날쇠와 정복자 후금의 칸까지. 이들의 생사와 존엄을 건 말다툼 사이에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다는 작가 김훈이 서있다.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는 그의 소심한 말은 분명 진심이겠지만 진실은 될 수 없다. 소설의 제목이며 무대인 ‘남한산성’은 결국 소설의 주인공인 셈이자 그 자체로 세상에 대한 김훈의 지독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디워’는 용들의 싸움 대신 말들의 싸움으로 떼돈을 벌어들이고, 바야흐로 돈 대신 표를 벌어보려는 이무기들의 혹세무민이 난무한다. 어느 누가 난세에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 했던가.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 덧붙이는 말
-
*조선시대 작자미상의 시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