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자전거를 타고 시외에 갔다가 대부분의 논에서 벼베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벼는 참 기특한 작물이라 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볏짚도 나오고 왕겨도 나온다. 볏짚과 왕겨가 있으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생태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 베란다 같은 공간을 활용해 퇴비화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름은 옥상에 만들어놓은 텃밭에서 작물을 재배하는데 쓴다. 나도 겨울 동안 퇴비를 만들어볼까 하는데, 일이 많아지고 정신없이 살게 되면 항상 나를 붙잡는 질문이 있다.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가 되라’는 말처럼 나는 얼마나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집회에 가고, 글을 쓰고, 행사준비를 하고, 노래를 만들고, 단체활동을 하루에 열 시간씩 하고나면 바빠서 제대로 밥을 지어 먹을 시간도 없어진다. 모든 존재들이 차별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급하게 살다보면 자동차를 탄다거나 식당에서 밥을 대충 사먹는다거나 대형할인매장에 가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꿈과는 달리 어느새 도시적 인간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뿌린 씨앗이 싹이 트고 쑥쑥 자라는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은데, 현실의 나는 소비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ㅠㅠ. 천천히, 느리게 내 몸을 돌보면서 나와 대지가 떨어진 것이 아님을 자각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대안적 삶의 시작일 텐데 과연 나는 언제쯤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친한 친구들이 계속 귀농을 하고 있다. 대안을 원하기에 스스로 대안이 되어 자본주의의 해악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친구들이 정말이지 부럽다. 마음은 그곳에 있지만 나는 조그만 반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이 수도권 대도시에서 할 일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채식을 하고, 즐겁게 텃밭을 가꾸고, 생태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갇혀 사는 사람들도 노동을 줄이고 충분히 대안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들이 변화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연말 대선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